박정근 사진집 「잠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제주해녀는 여전히 삶의 현장에 있다. 지금껏 살아왔던 것도, 앞으로 살아가는 것도 '문화유산'이라 쓰고 치열함이라 읽어야 하는 것들이다.

박정근 작가의 「잠녀(潛女)」는 그 모습을 봤다. 강인한 여성상으로 인식되던 제주 해녀의 이면에 집중하며 4년여의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물이다.

카메라는 물질을 마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직전의 순간과 바람과 바다에 치이며 생채기가 난 고무옷을 포착했다. 

"물질 시간이 오랠 수록 늘어나는 그들의 주름 위에, 바다의 물결이 때로는 굵게, 때로는 잔잔하게 겹쳐진다. 인간과 자연의 부딪힘은 물숨과 물옷에 그렇게 기록된다"는 작가의 말이 전체 사진 설명을 대신한다. 책 발간에 맞춰 열화당 사옥 1층 갤러리로터스에서 12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동명의 사진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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