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화 평가절하 조치로 아르헨티나는 ‘제5차 빈민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빈민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아르헨티나의 유력일간 파히나 12가 7일 보도했다.

신문은 국내 투자자문업체인 에키스가 아르헨 통계청과 세계은행(IBRD)의 공식자료를 분석연구해 발표한 ‘평가절하와 빈민층 증가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 “페소화 평가절하로 생계비 지출이 늘면서 빈민층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달러화대 페소화 환율을 1대1로 고정시킨 태환정책 실시 직전인 지난 1988∼1990년 아우트랄화의 거듭된 평가절하와 초인플레로 1차 빈민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공기업 민영화 사업의 후유증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바람이 불며 실업률이 치솟았던 제2차 빈민화 단계(1994∼1996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브라질 헤알화 평가절하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봉급이 삭감되던 제3단계(1996∼1998년)를 거쳐 경제난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잇단 초긴축 조치가 단행된 끝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까지 이르렀던 제4단계(1998년∼최근)가 진행됐다.

그러나 태환정책의 붕괴와 페소화 대폭 평가절하로 실질소득의 감소를 예고한 지금부터가 제5차 빈민화 단계의 시작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고정소득을 가진 대부분의 빈민층에 평가절하는 악영향을 주면서 아르헨 전체인구의 12.3%를 극빈층으로 고정시킨 동시에 빈곤선을 약간 벗어났던 계층마저도 이번 조치로 완전한 빈곤층으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평가절하 운영방식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 정부가 지금처럼 평가절하율을 통제할 경우 생계비 지출이 10% 가량 증가하면서 전체인구의 44.2%인 빈민층을 49.1%로 확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빈민숫자는 현재 1450만명으로 추정되나 이럴 경우 170만명이 가된다.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에 따른 인플레 현상으로 생계비 지출이 20% 가량 늘어나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빈민층은 전인구의 절반 이상인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300만명의 추가 빈곤층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게 되면 빈민숫자는 1780만명에 이르게 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두번째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빈민층 규모는 80년대말과 90년대초 1차 빈민화단계 시절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평가절하 조치는 또 14세 미만의 빈곤층에 더욱 나쁜 영향을 끼쳐 생계비용이 10% 증가시 빈민층 미성년자는 현재의 550만명에서 600만명으로 늘어나며, 20%일 경우 650만명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환정책의 붕괴는 불가피한 현상이었으나 그 결과로 빈민층의 확산도 불가피하며, 상황이 악화되면 가족이라는 공동체 붕괴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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