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산물은 소비자들이 청정·품질을 인정할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 물결로 값싼 수산물이 국내 소비시장에 밀려들면서 제주산 가격 경쟁력이 약화, 단순한 원물 자체를 팔아서는 생존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제주도는 업계·학계 등과 함께 청정·고품질을 기반으로 한 수산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가 수년째 수산물 가공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소비시장 변화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엊그제 도·도의회 및 제주테크노파크가 마련한 심포지엄에서도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산 수산물의 청정·고품질과 소비자 요구를 접목할 가공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시장의 1인 가구·맞벌이 가구 증가 등 핵가족화에 따른 소포장 상품과 연령층별 타깃 상품을 만들어야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의 제안처럼 국내 소비시장은 이미 신선·편의·소량 '3대 키워드'가 정착됐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가정에서 손질이 필요한 원물 보다 곧바로 요리할 수 있는 소량·소포장 형태의 수산물 가공품을 찾는 패턴이 보편화돼 있다. 소비자들 스스로 가격·품질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구매하고 있어 제주 생산업체들이 고객 만족형 가공품을 만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 트렌트에 맞춰 제주 생산자들의 생각·행동도 변화해야 하지만 제주도 수산행정 역시 반성해야 한다. 2007년 한·미 FTA 타결 전후로 수산물 경쟁력 확보의 가공산업 육성을 매년 발표했지만 식품산업 클러스터 등 후속조치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올해 2월 소포장 맞춤형 가공식품 개발을 핵심으로 발표한 '2020 제주수산물 가공산업 부흥 추진계획'도 예전처럼 구호로 그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도내 가공업체들의 영세성으로 독자적인 가공산업 발전이 힘들기에 수산행정을 비롯한 관련 연구소의 역량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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