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도 감도 썰매도 지치던 생명수"

 명도암물은 근래들어 수질이 갈수록 악화돼 가끔 말과 소들이 이용할 뿐 음용수로서 쓰임새를 잃은 상태지만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이 마을의 생명수로 자리잡아 왔던 까닭에 이 물에 얽힌 일화도 많다.

 작년까지 명도암 마을의 통장을 지내는 등 줄곧 이곳에서 살아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김대식씨(64)는 ‘명도암물’은 “설촌의 내력이 담겨있는 역사가 깊은 물”이라며 “예전에는 이곳의 수질이 매우 좋아 이웃마을인‘당가름’에서 이곳까지 물을 길러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도암 마을은 300여년전에 형성된 것으로 명도암물이라는 좋은 물을 찾아 이 일대를 드나들나 아예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겨울이면 명도암물 연못이 얼어 이웃동네 아이들까지 몰려들어 썰매타기에 열중했고 여름이면 발가벗고 멱을 감던 추억이 깊은 곳”이라고 말했다. 또 “명도암물은 ‘설사를 치료하는 물’이라고 소문이 나 이웃마을에서 치료를 위해 직접 ‘명도암물’을 찾아오는 물을 길러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질검사를 토대로 제주시 상하수도사업소가 설치한 ‘식수불가’라는 안내판이 황량함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안생이 오름 맞은편에 목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해 지금은 가끔 마소에게 물을 먹이는 정도”라며 “멱도 감고 썰매를 지치던 물 맑은 ‘명도암물’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취재=좌승훈·좌용철기자><<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