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시인 시집 「물에서 온 편지」 출간

"아이고 내 새끼덜, 저 큰놈 족은놈/갯것이서 '어멍, 어멍' 부르는 소리 들리면/아, 살았구나/저것들이 날 살리는 구나"('울타리'중)

김수열 시인이 시집 「물에서 온 편지」를 펴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제주어를 통해 제주의 역사와 삶, 제주사람들의 아픔을 빼어나게 그려냈다. 단순한 표준어의 반대말이 아닌, 제주어로 생각하고 제주의 관점에서 노래한 시어들이 시집 전편을 관통한다.

특히 표제작인 '물에서 온 편지'를 비롯해 '꽃양귀비'와 '당신아 당신아' '울타리' '죽은 병아리를 위하여' 등 다수의 작품에 아직 치유되지 못한 4·3의 상처가 오롯이 새겨지고, 씻김굿처럼 나름의 치유를 시도한다.

또 시집에서는 예순 넘긴 며느리와 여든 훌쩍 넘긴 시어머니, 주전자 막걸리 심부름 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상의 짧은 촌극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들도 눈에 띈다.

'지금도 제주에 살고 있다'는 시인의 말처럼 제주에 깊이 뿌리박고 살아온 시인으로서 제주의 삶과 정서, 제주어의 독특한 리듬과 생동감을 촘촘히 녹여냈다.

한편 1982년 등단한 김 시인은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 5권의 시집을 펴내며 오장환문학상·신석정문학상을 수상했다.

제주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민예총 제주도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장,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삶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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