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식 전 제주도 비서실장이 제민일보 회장과 이사, 편집국장에 대한 비리를 수집하도록 조창윤씨에게 지시한 내용이 원희룡 지사에게도 보고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희룡 도정 부역자는 왜 양심고백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창윤씨는 지난해 7월 31일 "(2015년 8월) 현광식이 저에게 제민일보 OOO, OOO, OOO의 비리파일을 수집해 청와대, 대검, 감사원에 수사의뢰 투서를 하라고 미션을 준 게 있다"며 원 지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어 "파일을 수집해 현광식에게 전달은 했지만 투서는 못하겠다고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씨는 "뭔가 낌새를 챈 제민일보와 통화하면서 현광식이 '인간양아치가 자작한 것'이라고 항변했다"며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 신분인 조씨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할지 의구심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메모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자신의 행적을 꼼꼼히 기록해둔 그의 습관에 비춰 단순히 금전관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넋두리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오마이뉴스가 현광식, 조창윤씨에 대한 기사를 최초 보도한지 20여일동안 입을 닫고 있는 원 지사는 현씨가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제민일보 논설위원과 몸싸움을 벌인 백광식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이 투신한 2015년 9월 23일 당일에 원 지사가 문병한 사흘 뒤 현광식씨가 제민일보 비리 수집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원 지사와 현씨 사이에 어떤 형식으로든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도 없지 않다.

원 지사는 제민일보 사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공식사과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차제에 도정에 비판적인 언론을 위축시키거나 길들이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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