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를 앞두고 제주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 조성 목적으로 규제해온 사유지에서의 개발 행위가 가능해지면서 난개발에 직면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에 제주도가 일몰제 대상지 전체를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도내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현재 제주시 557곳, 서귀포시 643곳 등 1200곳으로 면적은 1298만㎡에 달한다. 시설별로는 도로가 1143곳으로 가장 많고 공원 44곳, 공공용지 6곳, 광장 5곳, 주차장 1곳, 녹지 1곳 등이다. 이들 사업에 필요한 예산도 만만치 않다. 토지 매입 등에 따른 보상비만 1조3530억여원에 이르고, 공사비 9566억여원 등을 합치면 모두 2조3106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몰제에 해당하는 시설 대부분이 도민생활과 밀접한 도로나 공원 등이다.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면 이와 같은 공공시설의 축소로 도민들의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도심 공원은 더욱 그렇다. 콘크리트 건축물로 덮인 도심 속의 숲과 산책로는 주민들에게 그나마 쾌적한 환경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개발 제한이 풀리면 이들 공간에 아파트나 상가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섬으로써 도민들의 휴식공간이 사라지고 삶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1999년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예고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행정의 '예산부족 타령' 때문이다. 최근에는 도내 땅값 폭등으로 보상 협의도 어려워지면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시계획시설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 비용은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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