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동문시장은 도내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그 명성답게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역 특성화시장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명품시장에도 선정됐다. 그런데 시장내 낡은 시설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가 하면 화재 등 안전사고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주 대표 글로벌 명품시장'이란 이름이 무색하다. 

본보 취재 결과 동문시장의 방치된 노후 시설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햇빛이나 눈·비 등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비가림 차양막은 구멍이 숭숭 뚫려 제 기능을 잃고 있다. 심하게 변색되거나 구멍을 막으려 덧댄 곳도 많다보니 누더기가 따로 없다. 차양막의 뚫린 구멍을 통해 상품 위로 빗물까지 새고, 심지어 철재 아케이드에서는 녹슨 쇳가루가 떨어지면서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03년 아케이드 설치후 지금까지 한차례도 교체하지 않아 태풍·집중호우 등에 철골 구조물이 심하게 부식된 탓이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시장 안에 화재 진압과 통로 환기 등을 위해 아케이드를 자동으로 여닫는 전동개폐기가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고장난 상태다. 그나마 소방당국이 고장난 전동개폐기 1기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체인장치를 설치했지만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서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전통시장은 구조적 특성상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또 방문객들이 많은 다중이용시설이다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동문시장의 화재 예방 시설이 허술한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최근 도내 전통시장이 제주관광 필수코스로 인식되면서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동문시장 역시 제주여행에서 놓쳐서는 안될 '먹방 코스'로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특화된 상품과 먹거리, 볼거리 등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방문객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글로벌 명품시장이란 명성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