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군납 손실을 도민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농협의 요구가 도마위에 올랐다. 군부대 감귤 납품을 맡은 제주 지역농협들은 군납 단가가 낮아 손실이 우려된다며 이달초 원희룡 지사에게 물류비 지원을 요구했다. 군납 단가는 지난 2년 가격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이들 지역농협은 감귤값이 약세를 보였던 최근 몇년간 군납으로 짭짤한 이익을 챙겼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농가로부터 구입한 단가가 ㎏당 1730원 안팎으로 군납 단가(㎏당 1636원)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 

제주도정은 이같은 요청에 난색을 표명했다. 지방비로 지역농협의 감귤 군납에 따른 손실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을뿐더러 지원할 수 있는 법이나 행정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군납이 감귤 유통물량 조절이나 홍보효과 등도 있는 만큼 납품 단가를 결정할때 물류비를 포함하는 등 장기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업인들은 지역농협의 몰염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경제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이익을 독식하더니 손실이 생기자 도민 혈세로 줄이려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신용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농협이 감귤 군납 손실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생각은 않은 채 제주도에 손을 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가 성명서에 숨어 있다.

농협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기관이다. 군납을 통해 이익을 낼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익을 얻을 때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손실이 발생하자 도민 세금으로 보전하려는 발상은 도덕적 해이란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책임경영으로 손실 등 위기를 극복하는 자구노력 없이 도민 혈세를 요구하면 농민은 물론 도민사회 전체로부터 신뢰를 잃는다. 지역농협들의 군납 손실금 보전이 꼭 필요하면 제주도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에 요청하는 등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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