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대우

6·13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 시·도별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인구수 변동 등에 따른 편차를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 법정시한은 '지방선거일 6개월 전'이다. 아울러 선거구 획정안은 지난해 12월13일 마무리 됐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법 기관인 국회 조차 법을 지키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지난 '12월7일'을 선거법 처리를 위한 최대 시점으로 결정, 지난 5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안 처리합의'를 공언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 '선거구제'를 놓고 여·야간 정쟁을 반복, 결국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약속은 '헛구호'에 그쳤다. 급기야 2월 임시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권성동 법사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 일부 상임위가 파행되는 등 '빈손국회'가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일(3월2일)을 20여일 앞둔 지자체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지만 '개점휴업'한 국회에서도 시선을 뗄 수 없다. 제주도 역시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하는 선거구 획정안 처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 증원안을 담은 '제주특별법'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미생지신(尾生之信)과 닮았다. 춘추시대 노나라 미생은 사랑하는 여자와 교각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여자는 약속시간이 넘어서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쏟아지는 소나기에 물이 불어 몸이 잠겼지만 기둥을 잡고 버티다 결국 익사했다. 이러한 미생의 행동을 '소진(蘇秦)'은 '신의', '장자(莊子)'는 '융통성 없는 예'로 해석했다. 국민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법제도 장치 마련을 기대하며 매번 여·야간 마찰로 법제화 과정이 지연되는 정치권의 행보에도 집중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과도 맞닿는 만큼 더 이상 선거법 처리 문제가 지연되선 안된다. '미생지신' 속 '기다림'을 재현하는 국민들의 시간이 '더 나은 결정을 위한'이 될지 '성과없고 융통성없는'이 될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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