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JDC·JTO 실제 상담 '0건'
익명성 보장 안돼…신상노출 우려
실효성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해야

제주 공공기관의 직장 내 성폭력 상담창구가 아무런 실효성 없이 운영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내부적으로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창구가 설치된 이후 10년간 실제로 상담이 접수된 건수는 0건이다. 제주관광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도 2010년과 2014년부터 각각 공식 창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담 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성폭력 상담창구가 형식적으로 전락한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신원 노출을 두려워하는 신고자들이 접근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3개 기관 모두 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직접 대면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3개 기관 모두 상담을 진행하는 고충담당자는 내부 직원들이다.

온라인 창구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익명 신고가 불가능해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도 쉽게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내부 게시판에 비공개 글을 올리더라도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JDC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 지침을 개정해 완전한 익명 보장이 가능한 온라인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충담당자에 대한 별다른 기준도 없어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내부에 성희롱 관련 공식창구를 설치하고 고충담당자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고충담당자가 대부분 피해자보다 상사일 경우가 많다. 실제로 JDC의 경우 고충담당자로 지정된 5명이 과장·부장 등으로 직급이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또 대외적 위상을 중요시하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좁은 지역사회에 대한 부담감 등이 피해를 쉬쉬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익명으로 신고를 접수하는 경우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어 불가능하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여질 수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실제 사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성희롱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공공기관(7.4%)이 민간(6.1%)에 비해 높았다. 또 한국노총 제주도지역본부가 제110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조합원 71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성희롱을 당한 적 있거나 이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3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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