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향은 꽃이 피는 4~5월 수확하는 유일한 감귤 종류다. 꽃이 피고 나서 꼭 1년 만에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같은 만감류인 한라봉과 레드향도 카라향과 같은 시기에 꽃이 피지만 이듬해 1월에 수확한다. 이처럼 다른 만감류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 수확하는데다 당도도 14브릭스 안팎으로 높아 감귤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라향이 새 소득작목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명칭 사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제주농업기술원이 2008년 도입한 신품종 만감류인 남진해가 농가에 정착되면서 나츠미, 카라향 등 여러 이름으로 출하된 가운데 제주감협은 2015년 '카라향' 상표명을 등록했다. 하지만 농가와 소비자들은 카라향을 상표명보다는 품종으로 인식함에 따라 다른 농협들도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산 남진해 출하를 앞두고 제주감협이 브랜드 가치와 품질 관리를 이유로 카라향 사용에 제동을 걸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도내 지역농협들이 참여한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은 제주감협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카라향 대신 새로운 상표인 '귤로향'으로 통합 출하키로 했다. 조합공동법인은 귤로향 브랜드가 일찍 정착될 수 있도록 참여농협들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또 시장 경쟁력 확보와 소비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 홈쇼핑, 도매시장 등에 신품종 홍보 및 지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결국 도내 양대 감귤 유통조직인 농협과 감협의 이견으로 같은 품종이 카라향과 귤로향이란 다른 이름으로 시장에 출하되면서 소비자 혼란은 물론 브랜드 가치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마케팅 전략과 비용도 각각 투입돼야 하니 이런 비효율적인 일이 따로 없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브랜드가 난립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기 어렵다. 감귤 명품화를 위해 통합 브랜드가 무엇보다 필요한 지금 농·감협이 같은 품종을 두고 각기 다른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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