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사회복지예산은 1조62억원이다. 사상처음 '복지예산 1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도는 이에 맞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지만 도내 장애인들은 복지의 그늘에 놓여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이동권 제약으로 몸이 아파도 병원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다니 복지예산 1조원 시대가 무색한 일이다. 

현재 제주도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의 이동 편의를 위해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과 장애인콜택시 등 모두 66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차량은 한 대도 없다. 결국 중증장애인들은 병원에 가려면 보건소와 병·의원에서 운영하는 구급차를 타야 하는데 이 역시 여의치 않다. 구급차를 한번 이용하려면 2만원에서 최대 9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제약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로서는 여간한 부담이 아니다.  

문제는 도내 중증장애인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구급차 이용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병원에 갈 때 비용 등 지자체 지원을 받아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제주도와 양 행정시 모두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급차 이용에 따른 구체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행정의 무관심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열악한 이동권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권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현실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외출 자체가 고민이고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중증장애인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다수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소수를 배려하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복지사회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복지예산 1조원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다시한번 점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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