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조원 시대…장애인 복지의 그늘] ② 허술한 활동보조인 제도

만 65세 이상의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본보와 만나 활동보조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강창오씨. 자료사진

만 6~64세로 제한…65세 이상은 지원 끊겨
노인장기요양법상 보호사는 이용시간 짧아
도 "문제 공감하지만 서비스 확대는 불가능"

내년 제주도 사회복지 예산은 1조70억원으로 사상 처음 '복지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행정의 복지 정책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도내 장애인들은 여전히 열악한 삶의 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제주 장애인 복지의 그늘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이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복지 수요가 높아지지만 정작 만 65세 이후에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 제도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신체·가사활동 및 이동 보조 등을 돕기 위한 복지 서비스로 '장애인활동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중증 장애인들은 전반적인 생활 자체를 활동보조인에게 의지하고 있다.

지체장애 1급 등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은 가장 기본적인 대·소변조차 활동보조인의 손을 빌어야 한다.

그러나 활동보조인 신청 대상이 만 6~64세로 제한되면서 65세 이상의 고령 중증 장애인들은 하루아침에 활동보조인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법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적용 받아 활동보조인이 아닌 요양보호사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보호사 서비스는 이용 시간이 대폭 제한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본보와 만나 활동보조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강창오씨(지체장애 1급·66)는 여전히 요양보호사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과 1년전 만해도 하루 14~15시간씩 무료로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만 65세가 된 지난해 7월 이후에는 하루 6시간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3시간은 유일한 수입원인 매달 80만원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모두 지출해 연장한 것으로, 요양보호사를 이용하고 나면 경제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법 개정 없이는 고령 중증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65세가 되면 적용받는 법률이 자동 전환되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도, 요양보호사 이용 시간을 확대할 수도 없다"며 "조례로 해결할 수도 없다보니 법 개정을 위한 중앙 절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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