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 도입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 하반기 신청을 받아 읍·면지역 초·중학교 제주형 자율학교(다혼디 배움학교) 일부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내년 새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또 IB 교육과정 주관기관인 IBO는 다음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어 IB 교육과정 도입을 결정한다. 오늘(30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는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도교육청이 의뢰한 용역 결과 설명회가 열린다.

스위스 비영리교육기관인 IBO가 개발한 IB는 교육과정과 평가를 포함한 교육체제다. 논술·토론을 중심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중점으로 한다. 현재 세계 153개국 4783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내 국제학교와 경기외고에서 시행 중이다. 연간 수천만원의 학비가 드는 국제학교에서 운영중인 IB가 공교육에 무상 도입되면 교육격차 해소는 물론 내신 절대평가 도입 때 예상되는 성적 부풀리기,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 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도교육청은 IB 교육과정 도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교육현장은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IB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교사의 자율성이 증대되는 동시에 교사 업무 부담과 사교육비 증가, 관료적 통제 강화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과 학부모들은 IB 과정을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 제주지부도 논평을 내고 도교육청의 소통없는 일방통행을 비판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지금의 주입식·암기식 교육과정과 평가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강제하고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수요자인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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