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중장년층들이 고향을 등지는 농촌 공동화가 심각하다. 주민들이 지역발전의 큰 틀 속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권리와 책임을 다했던 농촌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을씨년스럽고 음산한 마을로 쇠퇴하면서 예전에 지녔던 건강한 공동체를 찾기 힘들다. 창의력을 갖고 마을의 미래를 개척할 청년들이 일자리와 편리한 주거환경을 찾아 고향을 등진 농촌에는 노인들만 외로이 지키고 있다.

농촌의 생명력을 위협하는 것은 농산물 수입개방도 마찬가지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외국산 농산물이 저가로 물밀 듯이 밀려들자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것이 오늘의 농촌 현실이다. 농민들은 자녀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하고싶지 않을뿐더러 자녀들조차도 열심히 일한 부모세대의 증가하는 농업부채를 이유로 도시로 발길을 돌리면서 농촌 공동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빠르게 늙어가는 제주의 농촌 공동화 현실은 통계청이 2017년 조사한 농림어업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순유입 증가로 도내 전체 인구가 2010년 보다 늘었지만 농업 인구는 25.1% 감소했다. 특히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 30~49세 농업경영주가 7년새 30~50% 가량 감소한 반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13.5% 늘었다. 농촌지역의 청년과 중장년층이 도시로 이탈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농업인력 부족이란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 공동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제주도는 청년농 육성 방안 모색 등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제주감귤산업에 재앙을 초래, 농촌 공동화를 가속시킬 미국산 수입 오렌지 대응책도 빈약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최근 정부가 모범공무원의 가족동반 국내탐방 경비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없도록 금지하자 별도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는 모습이다. 농촌의 위기를 외면하는 철밥통 공무원들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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