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진행중이지만 소나무 재선충병이 제주지역에 남긴 상처는 엄청나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2004년 9월 제주시 오라골프장 인근에서 첫 발견된후 제주의 해송림을 황폐화시켰다.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은 마땅한 방제약이 없어 제주도는 감염목 전체를 잘라냈다. 올해 5월 현재까지 잘라낸 소나무 감염목만 해도 213만그루에 달한다. 피해면적으로는 마라도(30ha)의 247배에 달하는 7400여ha의 소나무숲이 사라졌다.  

재선충병이 도내 해송림을 초토화시켰지만 피해지역에 다른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제주도의 복원사업은 미덥지 못하다. 제주도가 고사목 제거후 피해지역에 편백·왕벚·종가시·황칠·산딸나무 등을 심겠다고 발표한 대체조림 조성사업이 더딘 탓이다.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5년째 추진중인 대체조림 실적이 14만1000그루로 제거된 고사목의 6.6%에 불과해 산림복원에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부진한 대체조림 조성사업에 대해 사유림 피해지역 토지주와 야생동물 노루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재선충병 피해 산림을 소유한 토지주들이 개발심리에 편승해 대체조림 사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동의한 토지주들이 임야를 농지로 바꿀 심산으로 제주도가 추천한 향토수종 보다 감·매실·석류 등 과실수를 원하는 것도 숲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체조림 수종으로 식재한 황칠나무 등 어린 묘목이 노루의 먹잇감으로 피해를 입는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산림복원에 따른 제주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조림 부진의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토지주의 개발심리와 노루에 의한 피해는 대체조림 조성사업 추진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해결책이 없다면 지혜를 제대로 짜내지 못한 제주도의 책임이 전적으로 크다. 재선충병으로 황폐화된 숲을 복원하겠다는 발표가 용두사미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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