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내 4·3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엊그제 4·3평화재단과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항 유해발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키로 했다. 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유해발굴 사업은 오는 10일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나서 11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국제공항은 4·3 당시 양민 학살이 이뤄진 대표적 장소다. 이곳에서는 4·3이 발발한 1948년 12월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제주시 화북주민 등 76명이 토벌대에 학살됐는가 하면, 1949년 10월 진압군의 제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249명이 총살됐다. 또 1950년 6·25전쟁 직후에도 제주·서귀포시 예비검속 주민 500여명에 대한 집단학살이 자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3 유해발굴 사업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뤄졌지만 보수정부 9년 동안 국비지원이 끊기면서 중단됐다. 당시 제주시 화북동, 제주공항 활주로 서북측과 동북측, 남원읍 태흥리 등에서 발굴된 유해는 400구로, 현재 9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하지만 2007~2008년 공항 활주로에서 발굴된 388구의 유해 가운데 제주북부 예비검속 희생자 유해가 한 구도 확인되지 않으면서 추가 발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늦어진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 유해발굴 사업 재개는 여간 다행이 아니다.

4·3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수만명의 무고한 양민이 학살된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들이 아직도 차디찬 땅 속에 묻혀 있다. 70여년간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들의 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억울함을 풀어주어야만 한다. 항공기 이·착륙과 안전문제 등 이번 공항 유해발굴 사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구의 유해라도 더 찾을 수 있도록 발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