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치 즐길 수 있는 '인(人)+간(間)'을 경쟁력으로

유와쿠 창작의 숲내에 있는 역사자료관.

보존에서 시작한 고민, 문화 접목으로 답 찾아
창조도시원탁회의·상공회 등 시민 주도 원동력
시민예술인촌·유와쿠창작의숲·21세기미술관 연결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새로운 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마을관리 협동조합'이다. 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지를 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적인 유지·관리에 있어 주민·공동체의 의지가 우선 순위라는 점을 반영했다.

주민들이 '마을관리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복안도 내놨다. 아직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주민'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가나자와시는 가지고 있다.

가나자와 시내 거리.

△지속가능을 위한 '위대한' 협업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표방하는 가나자와시의 중심에는 가나자와 창조도시 원탁회의(KCCC·Kanazawa Creative City Conference)와 가나자와 상공협회(KACE·Kanazawa Association of Cor-porate Executives)가 있다. 도시의 주요 행위들에 있어 살고 있는 사람과 움직이는 경제를 연결했다.

지자체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기업부문·환경부문·문화부문의 각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도시의 쟁점을 이해하고 발전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런 구성은 문화와 경제간 긴장 또는 상충 관계에 있어 큰 영향력을 미쳤다. 마을 풍경의 보존과 교통 문제, 물과 같은 도시를 둘러싼 환경문제 등 시민과 지자체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많은 대안을 직접 만들었다.

1999년 NPO법 통과로 보건과 복지, 예술, 문화, 환경 보호, 도심 재생 등에서 시민 그룹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시민운동이 계속해 성장하며 지역력을 형성했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인촌.

△문화가 만든 특별한 '오늘'
도시재생정비계획사업으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연환경 등의 특성을 활용한 개성이 넘치는 마을 만들기를 유도하고 지역주민의 생활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및 사회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구체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 역시 역할분담을 통해 이뤄진다.

도시재생정비계획을 작성(Plan)하고, 성과를 의식하면서 사업을 실시(Do)하고, 교부기간의 최종년도에 목표 달성도를 평가(Check)하며 필요한 개선점은 신속히 개선하는(Action) 일련의 과정을 전체 4개 지구에서 진행하고 있다.

가나자와시의 오늘을 만든 힘 중에서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가나자와시는 자생적으로 개발된 창조적인 도시면서도 독특하고 풍부한 예술과 문화로 일본 내부는 물론 주변 나라들에 도전해볼만한 다양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가나자와시는 과거 섬유 생산의 상징이었지만 1996년 폐쇄된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해 시민예술촌을 세웠다. 전국 공립문화시설로서는 처음으로 24시간, 365일 연중무휴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저요금제도(6시간당 1000엔)를 택했다. 이 모든 것은 시민들의 결정에 따랐다. 

공장의 5개 창고는 멀티미디어 공방, 드라마 공방, 오픈 스페이스 공방, 스페이스 공방, 뮤직 공방, 아트 공방이 됐다. 이들 공간에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시민디렉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교육·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문화시설을 성장동력으로
후루타치 타케시 가나자와시민예술촌 촌장보좌는 조금 떨어진 곳에 비교적 현대식으로 조성된 스퀘어를 소개했다. 다른 시설들과 비교해 만 5년 정도 늦게 만들어진 대형 공연 연습장이다.

후루타시 촌장보좌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면서 좀 더 나은 공간과 시설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됐다"며 "이 공간에서 오케스트라들이 연습을 하고 수준 있는 공연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시민예술인촌에 이어 2003년 가나자와 유와쿠 창작의 숲(湯涌創作の森)」이 그리고 2004년 10월에는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이 개관했다. 유와쿠 창작의 숲은 지역내 미술관·박물관·기념관 등을 연결하는 공간이고, 21세기 미술관은 미래세대를 염두에 둔 문화 랜드마크로 조성했다.

개방적 공간설계를 반영한 미술관은 건축적 재미뿐만 아니라 직접 만지며 놀 수 있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이란 미션까지 미술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문화시설이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가나자와시는 부인하지 않는다.

창조도시 가나자와의 성공요인은 도시재생의 주체가 시민이고, 도시재생의 방법과 가치 역시 문화이며, 이를 향유하는 것 역시 시민이라는 점에 있다.

원하면 문화가 되는 도시의 힘

문화그룹 안도 시민예술인촌 기반으로 결성
시니세기념관·마에다 도사노카미 자료관 등


"여기서 배웠어요. 배운 것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계속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죠"

가나자와 시민예술인촌 야외 공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안도'라는 안내문을 걸고 쉴새없이 돌을 쪼아 뭔가를 만드는 중이다. 안도 운영진이라는 와타나베씨는 "이렇게 작업을 하고 10월 전시를 한다"고 자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만 해도 와타나베씨는 시민예술인촌이 운영한 교육프로그램 수료생이었다. 이후 보수 프로그램과 장인대학 등을 거치며 숙련도를 쌓았다. 그리고 지금은 4월부터 10월까지 하루가 멀다고 '출근 도장'을 찍는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뭐가요?"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가나자와시 시가지를 기준으로 방적공장이던 시민예술인촌은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주변에 식당 같은 휴게 시설도 없다. 석공예 특성 상 재료를 준비하고 다루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전시 후에는 알아서 작품을 정리한다. 

와타나베씨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내게는 기회와 시간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느낌은 가나자와시 전체에서 뿜어져 나온다. 1570년대 부터 약재상이었던 나카야약국 건물을 기부 받아 조성한 시니세 기념관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외관에 6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세노마(상거래시설) 등을 복원해 조성했다. 당시 사용하던 물건들부터 현재 남아있는 흔적까지 소소한 것들이 모여 역사와 문화라는 이름을 만든다.

마에다 도사노카미 가문 자료관도 비슷하다. 가나자와시의 역사를 함축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공간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나 관계자들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어느 곳이든 "원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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