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

올 여름 대한민국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관측사상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그야말로 '재난적 폭염'이다 지난 5월20일부터 8월3일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을 호소한 국민은 2967명으로, 이 가운데 35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이런 무더위에도 쉽사리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더위 만큼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두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누진세에 따른 가정용 전기요금 최저·최고 비율이 11.7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헉'하는 무더위에 냉방시설 가동이 불가피한 만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7월과 8월 여름철만이라도 누진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산업부에 '제한적 특별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산업부는 누진제 구간별 할당된 사용량을 확대하거나 요금을 인하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임박한 7월 사용분 청구서 발송을 위해서다. 
그러나 기 사용된 전기요금에 대한 할인보다, 사용 전 국민의 부담의 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달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NO 절전' 캠페인에 나섰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올 여름 국민들에게 절전 요청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에어컨을 확실히 가동해서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에어컨을 틀어라 독려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경우 누진제가 일률 적용돼 최저·최고 요금 비율이 1.6배 수준으로 요금폭탄의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기상관계자들은 앞으로도 한반도의 여름은 고온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그 기간 역시 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대안은 당연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철 냉방 등을 위한 전기사용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한시적 대책이 아닌 누진제 개편을 위한 정부차원의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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