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강타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남긴 생채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풍과 집중호우로 농작물을 비롯한 1차산업 시설물 파손과 주택·도로 침수 등 각종 피해가 도내 곳곳에서 속출했다. 무엇보다 체육시설과 항만시설, 교통시설 등 공공시설들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안전성과 부실공사 논란도 나오고 있다.

강풍 때마다 지붕이 날아갔던 제주종합경기장 복합체육관은 이번 태풍에도 예외가 없었다. 지은지 채 5년도 안되는 복합체육관의 지붕 파손은 준공 3개월만인 2014년 6월 강풍과 2016년 10월 태풍 '차바'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50m까지 견디도록 설계했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초속 30m 수준의 바람도 견디지 못했다. 그동안 복구비에만 수십억원을 투입했지만 피해가 반복되다보니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거나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제주항의 상징인 국제여객터미널도 마찬가지다. 승객대기실과 면세점 등 10여 곳에서 천장 누수현상이 발생했다. 이곳 역시 2015년 준공 후 수차례 누수현상으로 제주도에서 보수보강공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지은 제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도 건물 내부 곳곳에 누수현상 등이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서귀포시 위미항 보강구조물과 사석 일부도 이번 태풍에 유실됐다. 위미항은 지난달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때도 유실 피해를 입은 곳이다. 도내 초·중·고교 17곳에서도도 누수와 시설물 파손 등이 잇따랐다.

공공시설은 다수가 이용하는 곳인 만큼 다른 어떤 곳보다 견고하고 안전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제주는 태풍의 길목으로 강풍과 호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와 시공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을 들인 도내 공공시설들이 이처럼 태풍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땜질식 보수보강에 그칠 일이 아니다. 공공시설들에 대한 종합적인 내구성 진단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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