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제주미협 지회장.

[인터뷰] 강민석 제주미협 지회장

"미술대전을 이관받은지 3년이다. 3년에 걸친 혁신 의지의 결정판이 올해 44회 미술대전이다"

2016년 제주예총으로부터 제주미협이 제주도미술대전 주최를 이관받은 후 세번째로 치러진 제44회 제주도미술대전에 대한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의 자평이다. 

제주미협은 지난해 미술 부문과 서예·문인화 부문으로 이원화를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2개 부문을 별도로 치르며 사실상 행사가 '완전 분리'됐다.

강 지회장은 우선 "지난해 이원화 시도가 좋은 성과를 거뒀고 올해 그 혁신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것"이라며 "대상을 비롯한 주요 입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강화했고, 심사제도의 정교함과 객관성을 위해 1·2차 심사로 나누고 블라인드 심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술대전 입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혁 조치들을 집중 강조했다.

강 지회장은 "출품수 대비 수상자 비율이 높을 때는 70~80%에 이르기도 했다"며 "이는 미술 저변확대에는 도움이 되는 측면은 있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모전이 많다. 우리는 작가들이 작품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올해 30% 수준까지 수상비율을 낮춰 상의 가치를 높였다"며 "앞서 각 부문별 시상을 없앤 것도 부문별 출품의 불균형으로 인한 미술대전 질 저하를 막는다는 동일한 맥락이었다"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수상자가 적은 대신 상금과 개인전, 평론가의 심층취재 및 책자 제작, 서울 전시 프로젝트 등 '너무 많은 혜택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심사기능 강화와 전국 공모 극대화 등 갈 길이 멀다. 내부 혁신을 통해 호흡을 조절해가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경모 2차심사위원장.

[심사평] 이경모 2차심사위원장

"출중한 기량·독특한 시각 제주미술 미래 밝아"

제주미술의 현재를 가늠해보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제주도미술대전이 44회째로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무더위에도 작업실에서 작품에 열중한 모든 출품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출품된 59작품중 1차심사를 거쳐 15점이 2차심사에 올랐다. 작품들의 경향이 다양해지고 작품성도 높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비등했다. 다양한 조형성과 참신성으로 제주미술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이중 김현성의 '결'을 대상작으로 뽑은 것은 재료와 도구, 물질을 다루는 기량이 출중하고 주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진지해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어필을 했기 때문이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조기섭의 'Zen(禪)'은 한국화의 전통적 기법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대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를 자유롭게 설정함으로써 전체가 어색함이 없이 조화되고 있다. 

또 하나의 우수상 작품 정재훈의 '길 잃은 라이더'는 현대인의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포착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유발하고 있다.

44회의 연륜을 갖춘 제주도미술대전이 신진 미술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공모전으로 거듭나고,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갔으면 한다.


대상을 수상산 김현성씨.

[대상 수상 소감] 미술 대상 김현성(37)

"전통·현대적 기법이 주는 '결' 표현 노력"

"제주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자연이 주는 예술적 영감에 늘 감탄하곤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뜻밖에 지난해보다 더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

제44회 제주도미술대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김현성씨(37)는 4년 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정착한 제주 작가다. 서울예술대학교 시절 전공은 무대예술이었지만 10년 전 공예 예술의 매력에 빠져든 이후부터 지금까지 소목 공예작가로 한 길을 걸어왔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인 조화신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서 전통 기법을 배웠고, 경기도에서 지정하는 목공예 전수 장학생으로도 활동했다.

김씨는 지난해 제43회 제주도미술대전에서 'SEEDS'로 미술 부문 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 최고상인 '대상'을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만들었다.

이번 작품 '결'은 현무암이 퍼져나가는 물결의 운동감과 질감을 통해 '많은 인내와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전통적 기법인 목 상감 기법으로 테두리를 표현했고, 현대적 기법인 스팀밴딩 기법으로 목재를 탄화시켜 칠흑의 물결을 표현해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는 "상수리 나무는 목리가 촘촘해 결이 아름답지만 단단하고 조각은 까다로웠다"며 "전통과 현대의 기법이 주는 결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구에서는 절대적인 치수가 중요하지만 작품에서는 보다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목가구는 습기와 바람이 잘 통하는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며 "제주의 소목 공예인과 소통하기 위해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44회 미술대전 입상자 명단
△대상=김현성 '결' △우수상=조기섭 'Zen(禪)', 정재훈 '길 잃은 라이더' △선정작가상=박길주 '향기로운 나무', 임지연 'united structures', 현덕식 '뚜벅아 넌 최고야', 주현이 'TRANSPARENCY 4', 이연정 '기억을 삼키다', 김산 '아래로부터의 풍경', 김선일 '소원의 탑', 이승훈 '바라보다', 백성원 'Baek's Landscape The Dancing of Mt. Halla', 최선영 '어느 봄날에 풍경', 이정용 '법고창신(法古創新)', 이은비 '그해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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