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페레타 '이중섭'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과 스탭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서귀포시의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비 바람을 이긴 기록'이 6일부터 8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무리했다.

2016년 초연 이후 세번째를 맞은 올해 공연에서는 대폭적인 변화로 관객의 시선이 집중됐다.

마사코와 사랑에 빠진 일본 동경과  6·25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원산을 배경으로 한 1막과 서귀포에 자리잡은 후 피난생활을 그린 2막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로 그려졌다. 

화가로서 우뚝 서기 이전 이중섭의 삶을 보여주면서 전쟁으로 어머니와 헤어져야 하는 중섭의 슬픔을 그린 어머니와 아들의 이중창, 행복 속에서도 아버지의 위독한 병세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사코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 난이도 높은 아리아가 객석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3막과 4막은 각박한 격동의 시대를 버텨야 했던 이중섭의 순수한 예술혼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를 준 점이 눈에 띄었다.

'기인'이나 '천재'와 같은 수식어보다 비바람의 궂은 세월을 진실의 힘으로 이겨내려 했던 이중섭을 둘러싼 사건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더했다는 평이 다수를 이뤘다.

그를 지키고자 했던 구상, 김광림, 최태응, 박고석, 한묵 등 예술 친구들의 비중도 부쩍 커졌다.
예술 친구들은 이중섭의 예술혼을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하며, 무대 상단의 영상에 흐르는 이중섭의 대표작인 '서귀포의 환상'과 '흰소'를 설명하는 역할도 맡아 객석의 작품이해를 돕는 효과를 거뒀다. 

7일 오페레타 '이중섭'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서귀포예술의전당 로비에서 출연진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철 기자

이중섭이 성공한 화가에서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면서 분노하고 절규할 때, 친구들은 그를 추스르고 위로하며 또한 다그친다. 예술가 이중섭을 향한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대신 표현하는듯 했다.

'서귀포'는 2막 전체에서 바닷가 풍경의 무대와 배경 영상을 통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등장한다. 또 '서귀포의 환상' 작품을 중요 순간과 떠나는 순간까지 배치해 이중섭의 삶에서 서귀포의 의미와 관계를 각인했다.

다만 주인공인 이중섭이 정신병동에 수감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원인을 '춘화' '빨갱이' 논란만으로 설명한데 그쳐 향후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도록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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