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산지천갤러리에서 갤러리 운영과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철 기자

강정효 민예총 이사장 "기획전시실·지역작가 전시실·아트샵 등 필요"
김종현 제주사진작가협회장 "작가 전시실 부족…산지천 사진거리 제안"

제주문화예술재단이 11일 산지천갤러리에서 개최한 '산지천갤러리 운영 및 원도심 활성화 전략 토론회'에서 갤러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이날 토론자로 나서 "사진전문 갤러리가 되기까지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 아쉽다"며 "김수남 작가의 유족들이 작품을 제주도에 기증했지만 기념관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지만 사실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이사장은 "어찌됐든 현재 공간에서는 4개의 공간으로 나눠 김수남 작가 상설전시장과 기획전시실, 지역작가를 위한 대관 전시실, 아트샵 또는 북카페를 갖추는 것을 제안한다"며 "특히 아트샵은 제주지역 사진집이 꽤 많이 나온 상황에서 도서관의 향토자료실 수준으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현 제주사진작가협회장도 "500여 도내 사진인들과의 접촉이나 대화, 교류가 전혀 없었다"며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1개층 정도를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을 위한 전시장으로 했으면 좋겠다. 공간이 없어 발표를 못하는 작가들이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산지천갤러리 일대를 '사진 거리'로 특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외 작가들이 사진 촬영차 제주를 찾는 경우가 꽤 많은데도 김영갑갤러리·산지천갤러리 외에는 사진을 보여줄 곳이 딱히 없다"며 "해외 유명한 사진행사들처럼 이 일대 산지천변 거리를 야외 전시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토론자로 나선 김종현 제주사진작가협회장,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진동선 사진평론가, 이영욱 사진평론가. 김봉철 기자

제주문예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김수남 기획전만 2회 열린 것은 예산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8월 1회 추경에서 사업비 1억9000만원이 확보돼 10월 제57회 탐라문화제 전시부터 외부 대관전시에 나서 향후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전시에 대해서는 "김수남 사진전은 1년에 1회 가량으로 생각하며 기획전은 1개월, 그외 대관전 15일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 한국사진작가협회 제주지회 및 탐라사진가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활용방안과 활성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앞서 김정은 더레퍼런스 대표는 '사진전문갤러리의 당위성 및 활성화 방안' 발제에서 "장기적으로 민설·민영으로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지역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지역 서점 운영자 영입이나 사진전문서점·라이브러리 전문화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과 연계한 사진 출판이나 아카이브 구축 등 개별단체가 하기 어려운 것을 공공 차원에서 지원하고, 자체적으로 상업시설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상업시설의 이점을 활용해 운영자를 위임하고, 공공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와 발제자, 사회자가 함께 토론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한행길 코리아 아트포럼 디렉터는 '유휴시설 문화공간을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 전략' 발제에서 뉴욕의 사례를 통해 제주 원도심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한씨는 "뉴욕의 오래된 마을인 자마이카는 1920년대 뉴욕 상업의 심장부였지만 1960년대 근교화 현상으로 대낮에도 총격이 일어나는 빈민소굴로 전락했다"며 "1972년 젊은 예술가들이 경제계와 손을 잡고 자마이카 예술센터를 설립해 20세기 흑인 미술을 대표하는 많은 작가들을 배출했고, 2012년부터는 경제투자 유치기능도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 근 40년이 걸린 것처럼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력이 필요하다"며 "또 외국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 제주의 인프라와 원도심의 성격을 파악하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 사진전문 갤러리로 특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