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 북단의 백두산과 남단의 한라산을 잇는 이 말은 70년 분단 역사를 가진 우리에겐 막연한 바람일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20일 남북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을 방문, 첫 날 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외쳤고 한 민족의 염원은 지난 20일 실현가능성에 첫 발을 내딛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27일 정상회담 당시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이라며 백두산 방문에 대한 희망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 평양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백두산 방문을 제안,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두 정상 부부가 백두산에 오르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리설주 여사는 문 대통령 내외에 "백두산에는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물이 맑아 하늘에서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다"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는 준비한 '한라산 물'을 천지에 일부 붓고 백두산 물을 채워 합수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들어 올린 모습은 전 세계의 심금을 울렸다. 

두 정상에 의해 새롭게 쓰인 한반도의 역사가 한라산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담겼다. 

앞서 4·27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회담장 앞에 걸린 그림을 통해 김 위원장에 제주 성산일출봉을 소개한 바 있다. 

평양공동선언문 이행으로 이뤄질 김 위원장의 방문 때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그림이 아닌 천혜의 자연경관, 제주 한라산의 백록담을 앞에 두고, '한라산은 원래 신선이 놀던 산이고, 신선들은 흰 사슴, 곧 백록을 타고 구경을 다니며 정상에 있는 백록담의 맑은 물을 사슴에게 먹인다'는 전설을 전할 수 있길, 두 정상의 "백두에서 한라까지"동행이 곧 한 민족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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