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체질 개선에 나섰다. 무엇보다 중국에 편중됐던 외국인 관광시장의 다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수용태세는 미약하기만 하다. 단적으로 관광통역안내사만 봐도 그렇다.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권에 여전히 편중되면서 이들을 제외한 동남아권 등의 관광객을 위한 통역안내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동남아권은 제주관광의 중요한 타깃 시장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현재 제주를 찾은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장 관광객은 모두 15만7786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3만6805명)보다 15.3%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18만2075명, 2016년 25만8343명, 2017년 18만3411명 등으로 매년 20만명 안팎이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 방문 동남아권 관광객은 이처럼 꾸준한데도 이들을 위한 통역안내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8월말 현재 자격증을 발급받은 도내 관광통역안내사는 모두 2065명이다. 일본어 790명, 중국어 1022명, 영어 245명, 기타 8명 등으로 거의가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통역사다. 이들 중에서도 현직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는 경우는 719명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동남아권 관광객을 위한 관광통역안내사는 말레이시아어 1명 뿐이라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불편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중·일·영어권 외에 다른 언어권 관광객들은 여행 중 민원이 발생해도 언어소통이 불가능하다보니 제주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수용태세부터 갖춰야 한다. 접근성이나 고품질 상품 등도 중요하지만 언어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제주관광시장의 다변화가 절실한 지금 동남아권 관광통역사 집중양성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