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로 도로 이용…관리·감독 허술
보행자 겸용도로 대부분…접촉 사고 우려도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도내에 조성한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도로변으로 자전거가 위태롭게 운행하고 있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과속 운행하는 화물차량이 있었지만 자전거길을 가로막은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이다. 

도민 이모씨는 "지난 여름 초등학생 아들과 제주도를 일주하기 위해 자전거길을 이용한 적이 있다"며 "너무 위험해 다시는 어린 아들과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환상 자전거 길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사업비 357억원을 들여 183.3㎞ 규모로 조성됐다.

이후 추가 사업을 통해 10월 현재 제주시 122㎞, 서귀포시 112㎞ 등 234㎞로 연장됐다.

제주 환상 자전거 길에는 매년 10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 도로에 조성되면서 접촉사고 위험이 있으며, 일부 구간은 도로 폭이 좁고 배전함, 표지판, 전주, 버스정류장, 적치물 등 각종 지장물로 인해 자전거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자전거도로 내 불법 주차가 성행하고 있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년에는 관련법에 따라 환상 자전거 길에 대한 노선 지정 등을 추진해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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