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도심 폐가.
김현정 도민기자.

건물 매입 등의 굵직한 계획보다
주차난 해소, 원도심 내 폐가를 활용한 방안 모색 등,
동네주민 참여를 이끄는 소통의 정책이 필요

제주 원도심은 도시가 형성되고 최초로 도심지 역할을 한 지역이며 도시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그만큼 제주의 역사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유적지나 유물 또한 남아있는 곳이 많다. 

원도심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정, 상업, 역사, 문화 등 각종 기능이나 역할이 집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세력의 분산과 신시가지의 발전, 학군의 이동 등으로 인해 인구·공동화 현상과 경제 활력의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원도심은 여전히 제주의 고유성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그 정체성과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재생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안이 있겠으나, 환경이나 역사문화 자원 등 지역자산을 적극활용하고, 기존의 기능을 살려내면서도 양질의 공공 공간을 조성해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각계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마찰도 상당하다.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현가능성 또한 의심되는 계획 등으로 도민들의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최근 들어 굵직굵직하게 전해지는 제주자치도의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계획들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 또한 투자 계획에 미치지 못할 기대심리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래된 골목들이 많아서 그에 따른 주차난 해결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원도심의 생리는 무시하고 큰 건물 매입 등의 가시화 되는 계획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다.

한 예로, 제주도는 제주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키로 하고 사업비 172억원 중 국비 15억원, 도비 45억원을 포함한 리모델링 비용 60억원 중 도비 45억원을 출연하겠다며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가 부결된 바 있다. 과연 이런 큰 금액을 투자하여 제주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대 효과를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가 계획하고 있는 도심 내 빈 건물 매입 후 기대하고 있는 청년일자리창출 계획이나 여성편의시설 및 기타 보호시설 계획이 주위 환경과 더불어 타당하고 명확한 기대효과를 조사한 후 세운 계획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민간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다양한 문화 활동이 눈길을 끈다. 올해만 해도 원도심 역사문화의 각양각색의 길 코스를 걸으며 옛 정취를 느껴보는 행사가 다양하게 행해졌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자생 노력의 일환인 다양한 취지의 행사가 원도심 안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 또한 제주도민의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의지이고 애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도심의 주요 역사문화 유적이 살아 숨 쉬는 골목골목을 거닐 때 만나게 되는 빈 폐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 소유인 폐가는 도에서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큰 건물을 매입하거나 활용하는 방안만이 아닌 원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폐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여 볼만하다.

최근 독립서점이 그 지역 문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폐가를 재생하여 그 지역 역사문화를 알리는 문화공간으로의 방향 전환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동네 주민이 행복해야 원도심 활성화도 신바람이 날 것이다. 그 지역 주민들이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크고 묵직한 사업 계획보다 원도심 내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주도민 누구나 반길 수 있는 활성화 방안으로의 접근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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