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지켜온 예음사 이근배씨 4일 교통사고로 별세
당분간 운영중단…문화계·주민 유지 요청 잇따라

디지털 시대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에 목마른 이들에게 안식처이자 사랑방은 있었다. 서귀포에 단 하나 남은 레코드 가게 '예음사'가 그랬다.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다 보니 오프라인 음반점들은 설 자리를 잃고 하나 둘 자취를 감췄지만 이근배 대표가 운영해온 예음사는 1991년부터 28년째 줄곧 자리를 지켜왔다.

이 대표는 옛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자리잡은 이 가게에서 오래 전 발매된 LP판과 카세트 테이프, CD를 판매하고 손님들의 요청에 맞춤편집음반을 제작해왔다. 

故이근배씨.

이 대표가 1986년부터 10년간 운영했던 일호광장(중앙로터리)의 카페 '시사랑'에서 틀 음악을 고르기 위해 시작했던 일은 사람들의 발길이 늘면서 어느새 본업이 됐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음사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4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서귀포시내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예음사도 위기를 맞게 됐다.

주인을 잃은 레코드 가게는 당분간 문을 닫은 상태로, 운영 재개 여부나 시점은 불투명하다. 유족으로 부인과 딸 둘, 아들 한명이 있지만 7일까지 장례를 치르느라 고민할 틈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골 손님은 물론 지역주민이나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서 "예음사가 서귀포 레코드 전문점의 맥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는 뜻을 SNS 등으로 알리면서 지역의 시선이 예음사로 쏠리고 있다.

이 대표의 가족은 "경황 없던 중에도 예음사 운영을 지속해달라는 연락을 계속 받으면서 이제 가족들과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려 한다"며 "그저 집안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추억이 어린 특별한 공간이라 기억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하고, 책임감도 든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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