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한상자 값이 사과 한두개 값이라니 말문이 막힌다.어쩌다 이지경이 됐는가.바닥인 시세는 차치하고라도 제때 팔리기라도 했으면 다행이련만 그렇지 못하다.그나마 기대가 되던 설연휴의 매기마저 미적지근 하다.영락 없이 그 많은 감귤이 창고에서 썩을 판이다.그럼에도 누구하나 팔을 걷어 부치는 사람이 없다.감귤은 하루하루 썩어 들어 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도데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나.감귤값이 관당 4백원까지 내려가는 상황에 대해 농정당국은 무분별한 비상품감귤 유통과 소비부진 탓으로 돌리고 있다.병과나 상처과 크기가 맞지 않는 비상품을 출하,가격하락을 부채질 했고 결국 농가들의 출하기피로 이어져 오늘날 창고저장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그리고 결실기에 계속된 비날씨로 감귤의 당도가 떨어져 전반적인 소비부진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오늘의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농정을 탓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행정편의의 부정확한 감귤통계,그에 기초한 농정,상품 비상품의 애매한 구분,그리고 출하조절의 실패등이 그것이다.특히 상품과 비상품의 애매한 구분은 기초적인 통계마저 갈피를 못잡게 한다.이를테면 보기에 따라 상품 비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량을 비롯한 출하물량 재고물량의 측정이 녹비에 가로왈자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앞서의 몇가지들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이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감귤의 생산에서 포장 그리고 유통패턴까지 30여년전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이 그것이다.단적인 예로 초등학생 몸무게만한 감귤포장만 해도 그렇다.무거운 것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짐짝이란 소비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수십년을 버티고 있다.제주만이 할수 있는 과일이니 그저 생산만하면 소비지에서 사줄것이란 고정관념과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

 변하지 않는 한 오늘의 위기는 내일로도 이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내탓 네탓에 앞서 생산에서 유통까지 처음부터 진지하게 모두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무엇보다 짐짝이 아닌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식전환이 없이는 내일이라고 오늘과 달라질 것이 없다. <<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