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당미술관 '고영우: 너의 어두움' 기획초대전


고영우 원로화백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잠시 내면의 세계로 돌아가 사색할 수 있는 차분한 전시회를 갖는다. 절정을 지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동시에 새롭게 움트는 여명을 맞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전시다. 

제주특별자치도립 기당미술관은 지난 18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영우: 너의 어두움'을 주제로 기획초대전을 열고 있다.

'너의 어두움'이라는 부제는 고 화백이 일생동안 고민해온 명제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그간의 작업처럼 블루 계열의 단일 초상이나 수많은 인간 군상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지닌 불안과 고뇌, 그리고 절망의 세계를 탐구하며 존재의 고독을 그려낸다. 

작품들은 짙은 색채와 간결한 선들로 인물의 실루엣을 따라 무심히 그어져 있지만 인물의 다양한 몸짓과 심리를 잘 드러낸다. 특히 인물 군상 시리즈는 서 있는 군중 이미지를 통해 집단적인 심리적 긴장감을,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는 고독과 상실감, 불안의 서정을 창조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을 향한 제한된 시간을 사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들과 고뇌의 삶을 담으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성찰한 작품들이다.

일견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예술세계에는 불안과 고뇌가 낳은 안식과 건강함이 있다.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이를 두고 "고영우가 표현한 어두움의 뒷면에는 역설적이게도 거칠게 숨쉬는 자유와 생명의 건강함이 있다. 그의 푸른 초상들은 심리적 강박에서 온 것이지만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일상에 대한 감사의 표상이자 자유와 생명에 대한 예찬의 메시지로 다가온다"고 평했다.

기당미술관은 "한없이 가벼워져 마치 부유해가는 것 같은 현대사회에서 찰나의 쾌락과 가벼운 '힐링'이 진정한 행복으로 오인되는 지금 그가 완성해온 어두움 속 사색이 반대로 그만큼의 더 큰 가치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화백은 1943년 서귀포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학과를 수학한 후 1970년 귀향해 현재까지 서귀포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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