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를 일주일여 앞둔 제주농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와 최저임금 인상 등 제주농업을 옥죄는 제도와 정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예고된 잇단 악재에 제주농가들은 새해를 맞는 희망과 기대는커녕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농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1일부터 PLS를 강행한다. 그나마 이미 출하를 시작한 제주산 월동채소는 1년간 유예됐지만 농업현장의 혼란과 비의도적 오염 등에 따른 농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무제도 제주농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 도내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도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인건비 등 운영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결국 농가들의 출하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도 제주농가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다. 올해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2017년 6470원에 비해 29%(1880원)가 많아진다. 문제는 여기에 숙박과 식사 등 외부복리후생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는 타지역 인력 의존도가 높은 탓에 숙식비용이 추가된다면 실제 1인당 최저임금은 1만1000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그래도 지금 제주농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농가소득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었다지만 실상은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농가부채 역시 6523만4000원으로 전국평균(2637만5000원)에 비해 2.47배나 많은 까닭이다. 여기에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고 기후변화와 수입 개방 압력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마저 농가부담만 가중시킨다면 농민들은 결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아무리 불가피한 정책이나 제도라 할지라도 농민들의 현실을 살피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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