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월동채소 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도내 대표 월동채소인 양배추와 월동무의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자체 폐기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전국적인 작황이 좋다보니 가격 안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8년산 도내 양배추 재배면적은 2038㏊에 생산 예상량은 11만4658톤에 달할 전망이다. 2017년산에 비해 면적은 2%, 생산량은 22.6%나 늘었다. 여기에 전남 등 타지역 역시 양배추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양배추 평균가격은 8㎏당 4353원으로 전년에 비해 36%나 낮다. 올들어서는 가격이 더욱 떨어져 1월 평균가격이 8㎏당 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양배추 가격이 급락하자 결국 농가들이 자율감축에 나섰다. 도내 양배추 주산지인 애월·한림·대정지역 농가들은 21일 결의대회를 갖고 재배면적의 10%(165㏊, 9000톤)를 산지에서 선제 폐기키로 했다. 문제는 이 정도로는 가격 지지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과잉생산이 워낙 심각한 탓에 산지폐기 물량을 20~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내 월동무 농가도 마찬가지다. 2018년산 예상생산량은 33만9600t으로 2011년 이후 최대였던 2017년산 생산량(32만1515t)을 웃돈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도 하락했다. 월동무 20㎏당 1월 평균가격은 7333원으로 평년(9198원)보다 20.3%가 낮다. 이에 따라 가격안정을 위한 농가 산지폐기 물량도 당초 7000톤에서 현재 1만5000톤까지 늘었다. 

농사가 잘 되면 농심은 한없이 기뻐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농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산량이 늘면 값이 떨어지고 농가 소득이 줄어드니 되레 걱정이다. 결국 가격안정을 위해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어야 한다. 이런 '풍년의 역설'이 매번 반복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근본대책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