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문화재 업무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제주의 방어유적인 환해장성·봉수와 목축유산인 잣성 등 문화유산 가치가 높은 역사·자연 문화재들이 제대로 보호·관리되지 않으면서 원형이 사라지거나 훼손 위기에 놓였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세계유산본부 종합감사 결과는 행정의 문화재 관리 업무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사 결과 2015년 '연대·봉수 및 환해장성 정비 활용계획 수립 용역'에서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고 제시된 14곳(제주시 6곳, 서귀포시 8곳)의 환해장성과 봉수가 아직도 도문화재나 향토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유지에 방치되면서 펜션·카페 담장으로 사용되거나 허물어지는 것은 물론 양식장 쓰레기가 쌓이는 등 훼손되는 일이 허다하다. 

세계유산본부가 2016년부터 동부지역 잣성 유적의 분포지도 작성, 소유자 및 토지이용 실태 조사를 위해 진행한 용역도 마찬가지다. 전체 691구간 169.9㎞ 중 10%인 65구간 14.9㎞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된 채 용역이 마무리된 것이다. 또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 590장 중 13장은 2015년 발간된 '제주의 잣성'에 수록된 사진을 인용하면서 소유자 동의나 출처도 표기하지 않은데다 각기 다른 두 장소에 같은 사진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용역이 부실해서야 잣성에 대한 문화재 지정·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선조들로부터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문화재는 단순히 유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가치와 정신을 담고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 문화재를 잃고 나서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번 원형이 손상되면 복원이 어렵다. 제주의 문화유산들이 더이상 방치되고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의 각별한 관심과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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