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과 민박 등 월드컵 숙박시설인 "월드인"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우리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서야 과연 "정보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월드컵 기간 중 외국인들이 머물게될 도내 주요 숙박시설은 관광·일반호텔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여관 민박 등 280여 곳에 이르고 있다. KT(한국통신)제주사업단은 정보통신부의 방침에 따라 이들 숙박시설에 초고속 인터넷 2회선을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는데 이들 중 7곳만 설치를 희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의 업소들은 PC(개인용 컴퓨터) 자체가 없어 설치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니 여간 딱한 노릇이 아니다. 15만원 상당의 인터넷을 무료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업주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KT가 애초부터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무료지원사업을 월드컵이 임박한 이 달 16일에서야 뒤늦게 발표한 것이나, 허겁지겁 시일에 쫓겨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한마디로 월드컵 숙박업소의 인터넷 무료설치사업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전국적으로도 월드컵 숙박업소는 3000여 곳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80%가 넘는 곳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조금 더 일찍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홍보를 강화했더라면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찾는 외국인 네티즌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터이다. 좋은 일을 벌여놓고도 칭찬을 받지 못하는 정통부의 입장도 그렇지만 정보화 월드컵이 빛 바랠까 무엇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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