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작가의 산책길

예술혼 오롯한 '작가의 산책길'…걸으며 느끼며 봄맞이
공공미술작품·아트마켓·관광극장 등 곳곳서 발길 유혹

들녘부터 도심 한가운데까지 꽃내음이 물씬 흐르는 계절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어깨가 절로 펴지면서 산뜻한 바람에 몸을 싣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바쁜 일상에 치여 느끼지 못했던 '느림'과 '예술'이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문화도시' 서귀포가 자랑하는 '작가의 산책길'은 그런 느림과 예술을 찾는 상춘객들에게 딱 맞는 곳이다. 제주의 색과 서귀포의 삶을 그려냈던 작가와 그들의 삶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 길에 빠져보자.

'작가의 산책길'을 걷는다는 것은 문화의 변방으로 불렸던 옛 시절부터 서귀포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거장들의 숨결과 함께 하는 일이다.

피난길에 산다는 것 자체가 퍽퍽했던 시절, 그 때가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었노라며 평생 서귀포의 기억을 간직했던 대향 이중섭 화백을 비롯해 현대 서예계에서 한·중·일 모두 인정하는 명필인 소암 현중화 선생, '폭풍의 화가'라 불리며 제주의 바람과 대지를 화폭에 옮긴 우성 변시지 화백을 기억하며 이들의 삶과 발자취를 연결한 산책길이 작가의 산책길이다. 

이중섭공원에서 시작해 이중섭미술관과 거주지, 아트하우스, 기당미술관, 칠십리시공원, 자구리해안, 소남머리, 소정방, 소암기념관까지 4.9㎞를 걸으며 4시간 가량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빛나는 명작들을 남긴 예술가들은 바로 이 길을 산책하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작가의 산책길은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공미술을 접목시켜 '지붕없는 갤러리'로도 불린다. 또 하나의 이름인 '유토피아로'는 작가의 산책길이 지나는 송산·정방·천지동 일대 해안·숲·골목길에 예술의 옷을 입힌 40명 작가들의 프로젝트명인 '유토피아'에서 따온 이름이다.

거장들의 삶뿐만 아니라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산책길은 크게 4개의 주제를 담고 있다. 육체적·정신적 안식처로서의 '숲'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 새로운 인간의 꿈의 원천으로서의 '바다', 예술 혼을 찾아 가는 '길'이 그것이다.

'숲'은 샛기정공원 입구와 칠십리시공원을 중심으로 숲길 중간중간에 예술작품이 설치된 산책길이다. 제주돌담과 분수 작품, 귤의자, 갤러리 유토피아, 징검다리 등 작품을 보면서 길을 걷다가 잠시 앉아 쉬어가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길이다.

'집'은 옛 서귀포 포구부터 주민들의 삶의 공간인 천지연로까지 '서귀포 이야기' 주제 작품들을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서귀포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마을지도, 조가비, 도자기, 유리, 테라코타, 아트타일, 유리자갈 등을 이용한 부조벽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게와 아이들을 그린느 이중섭의 손 조형물

'바다'는 자구리 해안에서 바다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다. 게와 아이들을 그리는 이중섭의 손 조형물을 비롯해 아트파고라, 눈과 맨발로 느껴보는 서예작품 등 예술작품과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바다를 동시에 만끽한다.

'길'은 소암로부터 이중섭거리까지 설치된 예술작품들로 서귀포만의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아트하우스와 추억의 사진관, 이중섭·현중화 조형물, 서귀포주민들의 희망과 기원을 담은 조형물 등 서귀포의 예술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난다.

옛 서귀포관광극장

작가의 산책길에는 걷는 것 외의 즐거움도 다채롭다. 

이중섭미술관을 비롯해 기당미술관, 서복전시관, 소암기념관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음악공연과 문화체험도 주말과 '문화가 있는 날'마다 열린다.

이중섭 문화의 거리 일원에서 거리공연을 관람하고 아트마켓에도 참여해볼 수 있는 서귀포문화예술디자인시장,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채 공연장으로 거듭난 옛 서귀포관광극장, 탐라선의 마지막 형태인 덕판배를 모티브로 한 덕판배 창작공간도 발길을 유혹한다. 김봉철 기자

사진 제공=서귀포문화예술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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