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교육 IB교육과정 도입 '기대반 우려반'

제주도교육청 "IB 이수시 수시전형 활용해 대학진학 가능" 기대
제주교총·전교조 "제주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 우려

IB(국제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과정의 제주 도입이 성사됐다. IB한글화를 통해 제주는 IB 고등교육 과정(DP)을 우선 도입할 방침인데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논술형 시험이다보니 과도한 학습 부담과 대입체제와의 충돌, 현재 교육과정과의 병행여부 또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국제학교의 수업 방식을 제주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현재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올 하반기 운영학교 선정 

스위스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IB는 전세계 153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제 공인 평가 교육과정으로, 토론형·과정중심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17일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 IB본부가 협력각서 체결을 통해 IB 한국어화 추진을 확정함으로써 2022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다.

도교육청은 도내 읍면지역 고교 1개교를 선정해 고등교육 과정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대상 학교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역사회 및 동문회 관계자, 학교구성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한국어 고등교육 과정 도입 양해각서가 체결되는대로 여론 수렴에 나서 올 하반기에 운영학교 선정을 완료한 후 본격 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IB 고등교육 과정도입을 통해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술, 지식론, 소논문, 창의체험활동 등 9개 영역을 공부하게 된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이중 영어와 예술과목은 영어로, 나머지 7과목은 한국어로 평가받는다. IB 고등교육 과정에 대한 평가는 2023년 11월 처음 치러질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IB가 4차산업혁명시대 미래 교육을 대비하는 해법이 될 수 있고 논술·서술형 평가 체제를 구축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갖춘 창의융합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입시 위한 특권학교 전락 우려

도교육청은 제주도내 읍면지역 학생들 대부분이 수능과 관계없는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읍면지역 고등학교 IB 고등교육 과정 도입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읍면지역 우수 학생들은 여전히 수시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만약 IB 고등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면 IB 고등교육 과정을 하는 다른 지역 학교 학생들과 경쟁을 하게 돼 도내 읍면지역 고등학교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 고등학교는 수능 중심의 수업을 하는 등 정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수능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하고 있다. IB를 도입하려면 외국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 평준화 고등학교에 도입하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교총은 "제주 교육 현실에 알맞지 않는 교육과정이며, 학교간 불평등과 교육정책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특정 학교 과도한 예산 투자 △교원 확보 곤란 △학습자 수준 고려 △대학진학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제기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IB 고등교육 과정 도입으로는 우리나라 현재 입시 경쟁을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학교간 불평등을 일으키고, 입시를 위한 특권학교로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IB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지 않고 수능최저등급이 없는 수시전형을 활용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며 "IB 고등교육과정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생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어 수시 전형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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