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국 차장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범죄자 신상공개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유정은 12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지난 6일에 이어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머리를 푹 숙이고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그 모습에 유가족과 지역주민들이 분노했고, 항의하며 호송차를 가로막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고 피의자 고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신상공개 요건에 해당하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 4가지 사항과 피의자 및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신상공개제도는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짐에 따라 2010년 4월 관련법에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규정을 신설하면서 시행됐다.

이후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범 김수철을 시작으로 수원 토막살인사건 오원춘, 안산 토막살인사건 조성호,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 20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제주에서는 2016년 9월 성당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천궈레이에 이어 고유정이 두번째다.

이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도와 함께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전국을 들끓게 한다.

찬성측은 재범 방지와 강력범죄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범죄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 반대측은 신상공개가 대중의 호기심만 채울 뿐 재범 방지 실효성이 없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과 함께 피의자 주변인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복되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검증과 함께 공개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일원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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