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김수정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 예술감독

2016년부터 고향에서 오페라페스티벌로 도민과 명작 향유
"오페라 붐 일조 큰 보람…'오페라는 어렵다' 관념 깨고 싶어"

"올해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 4년째 무대를 앞두고 주변을 돌아보니 '참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주도민 누구나 오페라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왔던 일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오페라 공연이 거의 없었던 제주도가 변화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오페라 무대가 열리고, 관련 단체도 조직되는 '오페라 붐'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이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수정 예술감독이다.

제주 출신 메조소프라노이자 글로벌오페라단 단장인 김씨는 연세대 음악대학 최초로 작곡과와 성악과를 복수졸업하고 바르샤바 국립오페라단 최초의 동양인 솔리스트로 신데렐라 주역 데뷔 후 1200여회의 콘서트와 20여편·50여회의 오페라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화려한 경력의 그가 2012년 미국 린츠버그 칼리지 교환교수를 끝으로 귀국한 이후 가장 공을 들인 일이 바로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이었다.

2016년 '나비부인'과 '꼬지판뚜떼(여자는 다그래)', 2017년 '토스카'와 '마술피리', 지난해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까지 접하기 어려운 명작 오페라들을 희극·비극 한 편씩 무대에 올리며 오페라 문화를 제주도에 뿌리내리는데 온 신경을 쏟아왔다.

제한된 환경에서 훌륭한 싱어와 연주자, 무대를 꾸리기까지 시작부터 모든 것이 쉬울리가 만무했다.

첫해 나비부인 무대에 오를 높이 8m짜리 문짝 4개를 육지에서 만들어 직접 배에 싣고 오고, 꼬지판뚜떼에서는 너무 열심히 뛰었는지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작품을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축제기간에 태풍이 닥쳐 일부 회차가 취소되는 일을 겪었지만 태풍에도 아랑곳않고 연습에만 몰두하는 출연진의 열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굳이 어려운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세계 어디에 나가서 음악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고 자라고 배워온 고향의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당부해온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또 예술가로서 "제주도에서는 오페라를 보기 힘들다는 인식, 오페라는 어려운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살짝 와서 잠깐 보여주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위한 꾸준한 오페라 행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조건을 따지지 않고 뛰어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느덧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은 국내 음악계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며 유명 성악가들도 다들 오고 싶어하는 오페라축제가 됐다.

그리고 그의 식지 않은 열정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8월 1~2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만나는 올해의 작품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희극 오페레타 '박쥐'로, 김씨가 오를로프스키 공작 역을 맡아 3년만에 작품에 등장하고 유명 탤런트도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오페레타는 그동안 무대에 올렸던 정통오페라와 또 다른 맛이 있다. 그중에서도 '박쥐'는 독특하고 화려한 무대에 요한 스트라우스의 춤곡이 나와서 보면 마음이 블링블링 행복해지는 오페레타라고 할 수 있다"

앙상블과 아리아를 제외한 대사를 노래가 아닌 말로 하는 오페레타 특성상 싱어들의 연기연습이 필요했는데, 마침 성실하고 프로페셔널한 후배로 평가하는 탤런트 이정용씨가 연기지도를 자청했다는 귀띔이다.

또 하나, 알려지지 않은 제주출신 유명 음악인들이 8월 3일 한 자리에 모이는 '제주오페라 스타 갈라콘서트'도 올해 축제의 특징으로 꼽았다.

김씨는 "올해는 오페라 두 편보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중인 소프라노 신지화를 비롯해 김승철 계명대 교수, 메조소프라노 김지선 등 세계에서 활동하는 제주 스타들을 한 번에 소개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갈라콘서트를 특별하게 꾸며봤다"며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황홀한 무대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도민들을 초대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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