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제주도의 상징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독특한 자연자원을 간직하고 있어 천연기념물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가하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잇따라 인증받으면서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제주를 넘어 세계인의 보물인 한라산이 탐방객들의 발길에 훼손되고 있어 걱정이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 용역'을 맡은 한국지질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라산 탐방로 훼손은 매우 심각하다. 어리목과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5개 탐방로 곳곳에서 바닥이 패이고, 암반과 나무뿌리가 드러나는가 하면 비탈붕괴 위험이 우려되고 있었다. 특히 노면 침식이 가장 빈번한 상황으로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성판악 탐방로는 훼손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한라산 탐방로 훼손이 탐방객들의 답압(밟아서 생기는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에 식생 훼손은 물론 토양이 물이 투과하기 힘든 난투수층으로 변하면서 빗물이 흡수되지 못하고 흐르다보니 토양이 유실되고 노면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라산 5개 탐방로 방문객은 2016년 107만명, 2017년 100만명, 지난해 90만명 등 매년 100만명에 육박한다.  

탐방객 증가에 따른 한라산 훼손이 지금의 문제는 아니다. 백록담 서북벽 탐방로 전 구간과 남벽 코스 등은 훼손이 너무 심해지자 현재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최근에는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탐방예약제도 추진되고 있다. 50여년 전만 해도 백록담 안에서 취사와 야영까지 했지만 이제는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한라산이 사람들의 발길에 몸살을 앓지 않도록 훼손 예방 등 보존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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