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조직내 성희롱 문제를 부적절하게 처리해 논란이다. 인사위원회가 관련 규정을 어기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감경해주는가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부서에 인사조치 하기도 했다. 또 인사위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와 다름없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니 재단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재단 직원 A씨는 지난 7월2일 회식 자리에서 동료 B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고충처리심의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다. 고충처리심의위는 확인 조사 후 재단에 B씨의 징계를 요구했다. 재단 인사위원회는 2차례 회의를 거쳐 B씨에게 1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내렸지만 이후 B씨의 재심 청구로 3차 회의에서 감봉 3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A씨가 B씨의 사과를 받았다는 이유지만 행정안전부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 지침에 '성희롱 비위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는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원칙도 무시됐다. 재단은 B씨를 A씨가 있는 본부로 전보 발령을 냈다가 반발이 일자 취소했다.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마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인사위원들이 A씨에게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아닌가", "가해자와 친하지 않는가", "사과를 받았으니 참작해도 되겠는가" 등 가해자 입장에 선 듯한 발언까지 했다니 피해자가 느꼈을 참담함은 어떠하겠는가. 

고경대 재단 이사장은 인사위원회에 징계 감경 처분을 재심사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지만 논란이 돼서야 뒤늦게 나선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성희롱 문제에 대한 대처는 재단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명백한 성범죄다. 피해자 중심에서 철저하고 엄중하게 처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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