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디지털편집팀 차장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던 '평택 원영이 사건'에 이어 또다시 어린 생명이 어른의 무자비한 폭력 아래 힘겹고 고통스러웠던 삶을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인천의 20대 계부가 5살 의붓아들 A군을 숨지게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이 더이상 가정의 울타리에서 학대받고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살 의붓아들은 계부에 의해 손과 발을 25시간 가량 뒤로 묶인채 둔기로 심하게 폭행당한 끝에 복부 손상으로 숨졌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폭력에서 벗어나 보육원에서 2년 6개월간 잘 지내던 A군을 계부가 집으로 데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부는 지난해 4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음에도 지난달 30일 보육원을 찾아 무작정 데리고 가겠다며 억지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계부는 2017년 1월 13일 A군의 얼굴과 목에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폭행후 방치했고, 같은 해 3월 2일 A군의 다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이틀 뒤에는 둘째 의붓아들까지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다.

신원영군도 이미 수차례 학대를 당한 아이였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10개월 뒤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7세였던 원영군은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했고, 화장실에 갇혀 온 몸에 락스와 찬물을 맞고 20시간 방치된 끝에 숨졌다.

두 아이의 사망은 친권자의 학대·방임에 대한 예방적 아동보호체계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학대로 숨진 아동은 모두 102명이다. 특히 사망 이전에 학대 피해가 신고됐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숨진 아동이 15명이나 됐다. 나머지 87명은 사망 이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피해가 신고된 경우다.

친권우선주의에 따라 일정 기간 격리 후 학대 피해아동을 다시 원가정으로 돌려보내는 현재의 아동보호체계는 재범에 극히 취약하다. 아이를 폭행한 부모로부터 격리해 아이가 안전한 가정에서 위탁 양육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미국과 영국의 제도를 적극 도입할 시기가 왔다. 학대 아동을 돌보는 일은 가정의 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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