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정의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약들이 무더기 축소·변경됐다. 제주도는 도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세차례 회의를 통해 주요 핵심공약에 대한 개선안과 일부 공약의 조정·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지역 산업구조 특성과 국비 확보 문제, 공감대 형성 및 확산 필요, 대체부지 마련 난항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애초에 '표'만을 의식하고 무리한 약속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조정·변경을 요청한 공약 10건 중 도민배심원단이 승인한 안건은 8건이다. '장수의 섬 해양본초 사업'은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과 통합하도록 했다. '제주해양경제도시 조성 국책사업 유치'는 기존 사업과 유사한데다, '맞춤형 농산물 거래정보 시스템 구축'은 기존 공약과 사업 내용이 중복됐다. 또 '제주자원을 활용한 자주재원 확보'는 특별법 제도개선을 위한 논리 보강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하천 재생프로젝트 추진'은 산지천 하류 동문시장 상가 이전과 대체부지 마련이 쉽지않다고 했다.

공약 조정·변경 이유들이 참 허술하다. 유사사업이나 특별법 제도개선, 동문시장 상가 이전 문제 등 모두 사전에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도민배심원단이 조정·변경을 승인하지 않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친화도시'도 그렇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을 110곳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이제 와서 사업장 발굴이 어렵다며 77곳으로 축소하겠다니 말이다.

공약 이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검증과 평가의 과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공약 불이행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된다. 도지사의 공약(公約)은 도민과의 엄중한 약속이다. 선거 때는 일단 표를 얻고 보자며 이러저런 공약들을 남발해놓고 당선이 되고난 뒤에 검증과 평가를 핑계로 안지켜도 그만은 아니다. 그런 공약(空約)은 도정 정책에 대한 도민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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