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학내 휴게실에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사인은 평소 갖고있던 지병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당시 공개된 휴게실의 열악한 환경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불과 1평 남짓의 작은 휴게실에는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려운데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에도 달랑 선풍기 한대가 고작이었다. 이런 까닭에 사실상 열악한 근무환경이 비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의회 강성민 의원이 분석한 '제주도 청소노동자 휴게실 운영 현황과 예산 편성 내역'에 따르면 도내 공공기관도 크게 낫지 않았다. 현재 제주도와 행정시, 직속기관·사업소, 출자출연기관 등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는 302명이다. 이들을 위한 휴게실은 124곳이 있었는데 5개 기관(부서)에는 휴게실이 없었다. 휴게실 안에 선풍기(22곳)와 에어컨(14곳)이 없거나 난방기(8곳)를 보유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 샤워실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47곳에 달했다. 그런가하면 휴게실 관련 규정이 운영되는 곳은 단 9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도내 공공기관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데도 제주도는 아예 관심 밖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만 봐도 그렇다. 제주도는 물론 공공기관의 청소노동자 관련 예산이 전무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일반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인 경우 체육대회 등 복지관련 예산을 2억3267만원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시정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힘들고 궂은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제대로 대접받는 노동환경이 돼야 한다. 공공기관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이 이럴진대 다른 곳은 오죽하겠는가. 행정당국은 이른 시일 내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점검과 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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