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구제책' 불구 혼란·불안감

고3 불리 여론 확산 20개 대학 교과외 반영 폐지, 비대면 면접 등 변경
수험생·교사 등 여전히 학생부 대비 진땀…"늦었다는 불안감이 더 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재수생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대학 20곳이 대입 전형을 변경했다. 이른바 '고3 구제책'이다. 하지만 이번 대입전형 변경은 예상보다 소폭에 그쳤다는 지적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도 대책만 믿을 수는 없다는 불신과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예상보다 소폭 변경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20개 대학의 2021학년도 대학입학 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변경사항을 보면 대학별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거나 교과외 영역 반영을 폐지한 대학들이 나타났고 실적인정기간 변경, 대학별 면접·실기·논술 전형 일정 조정 등 시간적 여유를 둔 곳도 있었다.

서울대는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고 정시에서 출결·봉사 등 교과외 영역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성균관대 등 14곳은 재외국민과 외국인 전형에서 어학능력 등 자격 기준을 변경했다.

경기대와 계명대는 특기자전형의 대회 실적 인정 기간을 변경했고 고려대·청주대 등 4곳은 면접·실기·논술 등 전형 기간을 조정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17개 대학은 비교과 영역이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3 구제책' 치고는 대입 전형이 소폭 변경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 결과 고3 학생과 졸업생 간 성적 차가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수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3 교실은 '불안' '불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고3 수험생들을 배려해 일부 대학이 대입전형을 바꿨지만 제주지역 고3 교실에서는 혼란과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준비했던 면접전형과 방식이 달라져 준비해야 할 것이 늘었다. 

면접전형을 아예 없애고 서류평가로 대체하거나 해당 대학교를 찾아가 화상으로 비대면 면접하는 방식, 자택에서 주어진 시간내에 동영상을 찍어서 제출하는 방식 등 지원하는 대학이나 전형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 비대면 면접의 채점방식도 달라 단순 합격·불합격은 그나마 낫지만 A~E 등 5단계로 채점하는 경우는 부담이 커진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출석이나 외부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대학들이 비교과 반영을 완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3 수험생이나 교사들은 "대학 발표만 믿기에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원래 3월초 개학해 4개월 이상 학교생활을 했어야 할 시기지만 40일 가량의 원격수업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제주시내 한 고3 부장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 사이에 준비가 늦었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대학의 출결·봉사 등 반영기준이 달라진다고 해도 일단 학생부에 교과세특이나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충실히 채워넣기 위해 동아리·자율활동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비교과를 열심히 준비한 학교보다 진학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은 비교과 영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대학이 반영기준을 완화한다고 해도 발표만 믿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교과영역에서도 6월 모의평가 결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걱정된다. 상위권 학생들은 아무래도  등교수업 이전부터 인터넷강의 등으로 학습을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봉철·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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