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20년 경자년이 가고 있다.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 한 해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민들의 일상생활은 무너졌고, 지역경제도 악화됐다.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완승하며, 5회 연속 3석을 싹쓸이했다. 역대급 장마로 많은 재해를 입었다.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등 명예 회복을 위한 길이 열리기도 했다. 2020년 제주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을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1. '확진' 혼돈에 빠진 도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대유행)으로 큰 혼돈에 빠진 가운데 제주도 역시 사회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현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한국에 유입됐다. 제주지역은 지난 2월 20일 제주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연말까지 코로나19로 도민사회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지역은 몇차례 'N차 감염' 확산 위험이 있었지만 올해 11월까지 누적 확진자수가 81명으로 월평균 10명 미만에 그치며, 방역에 선전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학교와 성당, 사우나, 라이브카페 등에서 집단감염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하루에 20~30명씩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치달았다. 11월까지 81명이던 확진자는 12월에만 300명이 넘는 등 누적 확진자가 12월 27일 오후 5시 기준 385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도민들의 정상적인 일상은 무너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에 따라 대규모 행사 모임 등에 제약을 받게 됐다. 심리적 위축 등으로 도민들은 가급적 대면활동을 자제하고 언택트 생활화 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었다.

특히 12월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은금지되면서 평소 북적이던 연말연시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심지어 결혼식과 장례식 등 경조사도 음식제공이 금지되고 인원수도 제한되면서 동영상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초 코로나19로 무사증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되고, 국제선 항공편도 끊기면서 면세점과 카지노 등 외국인관광객 관련 산업이 침체됐다.

수학여행을 비롯한 단체관광객도 급감하면서 전세버스도 고사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해외여행수요가 제주로 몰리면서 렌터카와 골프장 등 개별관광 중심 산업이 반짝특수도 누렸지만 12월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고강도 방역지침으로 얼어붙었다.

코로나19는 교육체계도 바꿔 놓았다. 학교에 비대면 원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혼선을 겪었고 사상 첫 12월 수능이 치러지기도 했다.

2. 4·15총선 더불어민주당 5회 연속 석권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회 연속 제주지역 3개 선거구 의석을 석권했다.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 3명이 모두 제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이후 올해 치러진 제21대 총선까지 5회 연속으로 민주당이 승리했다.

특히 서귀포시 선거구의 경우 2000년 당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선거구에 출마했던 새천년민주당 소속 고진부 후보가 제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포함하면 민주당이 6회 연속 의석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7~21대까지 제주지역 총선에서 단 한석도 얻지 못하는 등 참패를 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제주시갑에 나섰던 송재호 국회의원은 득표율 48.70%(6만1626표)를 얻었고, 제주시을에 출마했던 오영훈 국회의원은 55.35%(6만7206표), 서귀포시 선거구에 나섰던 위성곤 국회의원은 55.48%(5만3345표)를 얻었다.

3. 4·3 일반재판 수형인 첫 무죄

70여년전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4·3 수형인에 대한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7일 4·3 당시 일반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92)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 21일 군사재판 수형인 7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은 김묘생 할머니(92), 김영숙 할머니(90), 김정추 할머니(89), 송순희 할머니(95), 장병식 할아버지(90), 고(故) 변연옥 할머니 송석진 할아버지다.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은 있었지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재판 무효와 희생자 유족 배 보상 등을 담고 있는 4 3특별법 개정안 심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배·보상과 관련한 규정을 위자료로 수정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법무부가 수형인 일괄 재심을 위한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진전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4. 47년만에 역대 최장 장마

올해 여름 제주지역 장마는 역대 '가장 빨리 시작돼 가장 길게 이어진 해'로 남았다.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평년 32일)째 이어지며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47년 만에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된 1998년 47일보다 이틀 더 길다.

올해 장마철 비도 가장 많이 내렸다. 올해 장마기간 강수일수는 29.5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7일에 한번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기상 관측 이래 장마기간 실제 비가 가장 길게 내렸던 해는 1974년으로 29.5일간 비가 내렸다.

올여름 태풍은 모두 8개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단 1개의 태풍도 발생하지 않았다. 1951년 우리나라 태풍 통계가 작성된 이후 7월에 태풍이 만들어지지 않은 해는 올해가 유일하다.

이후 8월에만 3개의 태풍(제5호 장미, 제8호 바비, 제9호 마이삭)이 발생해 제주를 포함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며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5. 송악선언 발표 대규모 개발사업 제동

제주도는 수십년동안 개발과 보존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갈등을 낳았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규모 개발사업 등 난개발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지난 10월 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 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송악선언이 지사의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제주도정은 실천조치를 잇따라 제시하면서 선언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도정이 제시한 실천조치는 송악산 문화재 지정 통한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규제 강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시 주민동의 필수조건 부여,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계획 새롭게 수립 후 심사, 부영호텔 부지 등 주상절리 일대 건축허가 기준 강화, 헬스케어타운 공공보건 의료 중심 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이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추진중인 사업에 대한 규제강화로 법적분쟁과 투자신인도 하락 등이 우려되며, 해당 인근 토지주와 지역주민들이 재산권 침해 등으로 반발하는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

도의회가 송악산 문화재 지정 관련 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6. 중고 거래사이트 '아이 입양' 게시글 파장

지난 10월 16일 제주에 거주하는 20대 미혼모가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36주된 아이를 20만원에 입양보내겠다'는 글을 올려 전국적 파장이 일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여성은 지난 10월 13일 제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미수 혐의로 입건,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아이 입양' 사건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가족의 현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됐다.

사건 발생 후 여성가족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5개 중앙 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11월 16일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 을 발표했다.

김미애 국회의원도 이달 1일 익명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을 대표 발의했다.

제주도는 정부안 외 9개의 지원정책을 추가 발굴하는 등 미혼모·부의 임신·출산에 대한 초기지원 강화와 재가 한부모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위기 임신·출산 미혼 한부모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7. 30여년 중앙사거리 횡단보도 갈등 마침표

지난 30여년간 이어져온 제주시 중앙사거리 횡단보도 갈등이 마침표를 찍었다.

제주시와 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칠성로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중앙로상점가상인회는 지난 9일 제주시청 제1별관 회의실에서 중앙로 사거리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시는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중앙사거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지하도상점가를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도 설치키로 했다.

중앙사거리 횡단보도는 1983년 지하도상가 설치 후 사라졌다. 하지만 횡단보도 폐지 후 무단횡단 문제가 발생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횡단보도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07년 6월 8일 중앙로 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방안이 교통시설심의에서 의결됐으나 주변 상권 반발로 갈등을 겪어왔다.

그런데 최근 제주시가 지하도상가 활성화 방안으로 승강기 설치와 함께 횡단보도 설치방안을 제시, 주변 상권과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8. 제주 지역화폐 시대 개막

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11월 30일 카드, 모바일, 지류 등 3가지 형태로 처음 발행됐다.

제주도가 지난 3월 제주도를 발행 주체로 하는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한 지 9개월 만이다.

추진 과정에서 잡음도 일었다. 도가 전국 업체를 대상으로 운용대행사 선정에 나서면서 지역적 특수성을 배제, 재원 역외유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초 카드와 모바일에 한해 발행하기로 해 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는 관련 지적을 수용, 지류형까지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짧은 준비 기간으로 결제 방법 등 가맹점 교육과 홍보가 미흡해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발행 후 3주간 실적도 목표액인 200억원의 10.5%인 2억1000만원에 그쳤다. 가맹점도 목표치인 3만4000곳의 30% 수준인 1만2000곳에 머무르고 있다.

제주도가 탐나는전 후속 조치를 보완해 도입 취지처럼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 강정정수장 유충 발생 파문

서귀포시 강정정수장 급수 지역인 서귀포시 동 지역 수돗물에서 잇따라 유충이 나와 강저정수장 가동 중단사태가 빚어졌다.

10월 19일부터 서귀포시 서귀동에 이어 보목동, 대포동, 강정동, 법환동, 월평동 등에서 잇따라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서 제주도가 긴급 점검에 나섰다.

제주도는 강정천 취수원 상류 지역에 서식하는 유충이 여과 시설을 통과한 후 수도관을 거쳐 가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유충 표본을 국립생물자원관으로 보내 정확한 사항 등을 확인했다.

도는 유충이 발견된 여과지에 배수지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청소를 진행하고 여과사(여과 장치에 쓰이는 모래)를 교체했다. 환경부는 유충 발생 정밀 역학조사반을 제주도에 파견해 정확한 원인 등을 조사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강정정수장 계통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을 정밀분석한 결과, 수돗물 유충은 타마긴털 깔따구와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등 3종 깔따구 유충이며, 이 가운데 깃깔따구속과 아기깔따구속 유충 2종은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됐다.

10. 5년 갈등 제2공항 '여론조사'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추진하면서 결과에 도민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 관련 합의문 을 발표하고 내년 1월 11일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성산읍 주민을 포함한 도민 2000명을 표본으로 한 기본조사와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별도조사 2가지로 이뤄진다.

여론조사 결과, 두 조사 모두 찬성이 압도적일 경우 제2공항 건설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측은 성산읍 별도조사는 새로운 갈등을 조장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또 제주도가 별도조사 추진과 동시에 여론조사를 참고용으로 못 박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설계 방법과 목적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사회 5년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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