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감귤박 처리난 현실화 위기] <하>
시설 용량 초과해도 저장 중심
민간 사료 생산업체 공급 거절
사료 생산공장 경영 위기 직면
감귤 가공 중단 여파 확산 우려

자료사진.
자료사진.

제주도개발공사가 감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감귤박 처리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가 등에 보급하다 남는 감귤박을 자체 저장시설에 보관하면서도 감귤박 사료를 생산하는 제주지역 민간 업체의 공급 요청은 거절하고 있다. 자칫 원재료 부족으로 감귤박 사료 생산 업체가 가동을 중단할 경우 제주지역 민간 감귤가공 업체도 감귤박 처리난 등을 이유로 감귤 가공을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감귤박 보관 방침이 제주 감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쪽은 '처리난' 다른 쪽은 '확보난'
제주지역 감귤가공 부산물 전문처리업체인 ㈜해림은 민간 감귤가공업체인 롯데칠성음료, 일해의 감귤 가공 부산물을 수십 년째 재활용 처리하고 있다.

해림은 제주에서 발생하는 감귤박을 전국 낙농배합사료공장과 축산농가 등에 연간 1만8000t 가량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와 일해에서 발생하는 감귤박 물량으로는 국내 공급처가 원하는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처리하지 못해 자체 저장시설 용량을 초과하면서까지 감귤박을 보관하는 것과 달리 감귤박 재활용 업체는 감귤박 부족 현상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림이 일정 물량을 지속해서 국내 배합사료공장 등에 공급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축산농가 등이 들쭉날쭉한 감귤박사료 공급량에 불만을 제기하며 감귤박 대체 사료를 선택할 경우 해림측 입장에서는 국내 공급처가 사라져 더는 감귤박 사료를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공산업 전반 영향 불가피
해림측은 최근 제주도개발공사에 감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귤박 가운데 농가 등에 보급하지 못해 보관하는 물량 가운데 일부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도개발공사는 '도내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사료 용도로 공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해림이 감귤박 부족 현상 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당장 해림을 통해 감귤박을 처리하는 롯데와 일해측의 감귤 가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와 일해가 지난해산 감귤을 가공한 처리실적은 일해 2만855t, 롯데 1만2714t 등 모두 3만3567t으로 개발공사가 처리한 2만5000t보다 8567t 많다.

한편 제주도개발공사가 2019년 99억6200만원을 들여 마련한 2만t 규모의 감귤박 저장시설에는 올해 현재 2만857t의 감귤박이 저장됐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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