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놓기(방애) 현대적 재현 
코로나 시기 제외 꾸준히 개최
짧은 연륜 불구 국제적 축제 도약

제주들불축제는 제주도의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제주도의 대표축제다. 매년 3월 새별오름에서 펼쳐지는 제주들불축제에서는 오름에 들불을 놓아 밤하늘을 붉게 수놓는다. 커다란 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특별한 야경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제25회 '2023 제주들불축제'가 오는 12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일대에서 4년만에 개최된다. 제주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았던 '방애'라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해 관광 상품화한 문화관광축제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서는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두세 마리 정도의 소를 기르고 밭을 갈아 왔으며, 농번기가 끝나면 중산간 지역 마을 공동목장에 소를 방목했다.

봄에는 마을마다 소를 기르는 가구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아침 일찍 소를 끌고 야초를 먹이러 다니던 풍습이 흔했다. 그런데 소를 모아 풀을 먹이려면 초지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제주선민들은 중산간 지역에 있는 양질의 목초가 자란 들판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를 위해 제주선민들은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마을별로 불을 놓았다. 이렇게 불을 놓는 것을 '들불놓기'라 했으며, 제주어로는 '방애 놓는다'라고 했다.

방애를 놓고 나면 목야지가 깨끗해지고 진드기 등 병충해가 없어질 뿐 아니라 불탄 잡풀은 재가 돼 그 해의 목초를 연하고 부드럽고 맛을 좋게 해 소와 말들을 살찌웠다.

1997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해 올해 25회째를 맞는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의 봄철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 명성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국외까지 알려지게 되면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축제로 진행되고 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열려온 제주들불축제는 25년 동안 2011년 구제역과 2020~2022년 코로나19와 산불이 각각 전국을 강타했던 해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개최돼 왔다. 제주들불축제는 개최 초기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하다가 2000년부터 축제장을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고정화했다. 축제장이 고정화되면서 축제광장과 주차시설을 위해 주변 초지를 매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에서 웅장한 불구경을 할 수 있는 축제가 생김으로써 입도 관광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첫회부터 반응이 좋아 연례 행사로 개최가 가능했고, 회를 거듭하며 축제기간도 하루에서 이틀로 다시 나흘로 늘어났다. 관광객들의 욕구에 부응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며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소문난 축제로 발전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교류도시 공연단을 초청해 춤과 노래, 무예 등 외국의 문화예술 공연무대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들불축제는 짧은 연륜에도 국제적인 축제로 도약하게 됐다. 

제주의 새봄을 알리는 희망의 축제인 제주들불축제에서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의 의미를 안고 올 한 해도 힘차게 출발해보자. 

한편 이번 들불축제는 최근 전국에서 산불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행사를 전면 취소하게 됐다. 단, 불과 관련이 없는 행사는 정상적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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