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상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상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나는 요즘 종종 버스를 타고 서귀포와 제주시를 오가고 있다. 

중·고교 시절 대중교통인 버스는 내 생활의 일부였다. 주로 통학을 위해 이용했던 버스는 추억으로 가득하다. 정류장마다 밀고 들어오는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터져나갈 듯 버스 안으로 끝도 없이 들어왔다.

그 시절 나는 인정사정없이 밀착되며 버스 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끼어 눌려 있었고, 거기에다 사람들의 호흡으로 뿜어져 나오는 더운 공기 속에서 헐떡거리며 버티는 시루 속 한 가닥 콩나물과 같았다. 버스는 문을 닫기 힘들 정도로 꽉 차 동산길을 오를 때마다 시커먼 매연과 함께 힘에 부친 듯 엉금엉금 움직였고 버스의 운전석 바로 옆 엔진룸에선 매캐한 기름 냄새가 올라와 멀미 없던 나를 메슥거리게 하였다. 이런 버스 속에서도 한겨울 거북 등처럼 생긴 따뜻한 엔진룸에 앉게 되는 날엔 최고의 행운이 있는 날이 되기도 했다.

나는 버스 속에 앉아 추억으로나마 그 시절을 회상해본다. 

학생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면서 나는 당연하게 자가용을 몰고 출퇴근하였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며 자동차생활을 즐겼다. 자동차는 마음대로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었고, 창 밖 풍경을 수채화 삼아 즐기면서 도로를 내달릴 수도 있었다. 

나는 5.16도로가 나의 자동차 출퇴근길이 된 이후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장거리 자동차 운전은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차량 유지비와 공인으로서 환경문제, 바쁜 일정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들 등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차를 몰고 다니며 두 손이 묶여 자기 계발 투자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를 탈 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버스노선도 많고 배차간격도 짧고 정확해서 직접운전하고 이동할 때보다 더 편안함을 느낀다. 대중교통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나는 출퇴근 시간 버스를 이용할 때면 핸들을 잡던 양손으로 책을 펼쳐 본다. 두 눈과 귀는 도로 운전에 집중하는 대신 책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은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아무 방해 없이 가만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나는 운전으로 빼앗겼던 시간을 버스에서 유용하게 채우고 있어 요즘 버스가 나의 바쁜 일상에 고마운 벗이 되고 있다.

여러분도 대중 버스를 이용하며 과거 추억 속에 젖어보기도 하고 여러분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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