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52건, 브로콜리 3건
열과·곰팡이·썩음 등 접수
정부 병충해 보상 원천 불가

지난 겨울 제주에 역대 최대 겨울장마로 농작물 피해가 나타났지만 병충해의 경우 원인과 관계없이 일절 보상하지 않는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으로 인해 구제 사각지대가 우려되고 있다.

7일 제주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도내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사고접수 건수는 양배추가 52건, 브로콜리는 3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겨울 장마는 유례없는 강수일수와 강수량으로 농가들이 방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보니 양배추와 브로콜리에서 곰팡이를 비롯해 썩음 현상, 열과 등의 피해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 제주지역 강수일수는 43.8일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았고, 강수량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338.5㎜로 평년(184.7㎜)보다 2배 가까운 비가 내렸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이틀에 하루가 넘는 수준으로 비날씨가 지속되며 농작물 피해를 키웠다.

하지만 현행 법률이 병충해를 농업재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재해보험의 보험목적물별 보상하는 병충해 및 질병규정' 고시를 통해 병충해에 대해서는 벼·고추·감자·복숭아 등 4개 품목의 일부 재해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약관도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 않고 병충해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손해사정사가 병충해로 판단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곰팡이병이나 썩음(역병) 피해는 '겨울 장마'라는 재해가 원인으로, 잦은 비날씨 때문에 병충해 방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원인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보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앞서 여름철 태풍 및 폭우, 긴 장마로 인한 역병 등 사후 방제에 어려움을 겪은 도내 지역농협에서도 같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돼 "자연재해에 의해 병해충 방제가 어려운 병충해 피해는 보장 범위에 추가해달라"고 중앙본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료의 85%를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해 농가 자부담은 1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난해 도내 양배추 농가의 가입률은 면적기준 20.8%(620㏊, 574농가)로 저조한 것은 이처럼 까다로운 지급 규정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호우, 우박, 강풍, 냉해, 화재, 조수해 등의 피해는 가능하지만 농식품부 고시에 따라 병충해는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만 이번 장마로 많이 발생한 양배추 열과 피해는 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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